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배구 대표팀과 대한배구협회의 회식이 뒤늦게 열렸다. 대한배구협회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김치찌개 회식과 턱 없이 부족했던 리우 올림픽 지원 논란 등을 의식한 듯 회식 장소를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중국 음식점으로 잡았다.
서병문(72) 대한배구협회 신임 회장은 25일 저녁 회식자리에서 낯선 음식인 ‘불도장’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는 남지연(33ㆍIBK기업은행)에게 “그걸 못 먹어? 먹어야지, 몸에 좋은 건데. 아니면 짜장면이라도 시켜줄까?”라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불도장은 30여 가지의 재료로 만든 중국 고급 보양식이다.
하지만 서 회장의 ‘자장면 제안’에 한 간부가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남지연을 포함한 선수들과 이정철 대표팀 감독, 서 회장 모두 웃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김치찌개 회식한 것이 최근 뒤늦게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자리를 주재한 서 회장은 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서 혈전을 치르던 지난 9일 협회의 새 수장으로 선출됐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이 날 만찬은 서 회장과 선수들 간 정식 상견례를 겸한 귀국 환영 행사로 열렸다.
선수들의 분위기는 밝았다. 양효진(27ㆍ현대건설)은 옆자리의 김수지(29ㆍ흥국생명)에게 “회식할 때는 김치찌개보다 이런 음식이 낫다. 대접받는 기분도 들고”라며 웃었다. 양효진은 “김치찌개도 맛있지만 오랜만에 회식하면 ‘우와 오늘 뭐 먹지?’ 이런 설렘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매일 먹는 김치찌개보다는 이런 음식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리우올림픽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배구협회는 대표팀의 ‘40년 만의 메달 획득’ 목표가 좌절된 뒤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이런 점을 의식한 서 회장은 “여러분이 그 키에 리우에서 서울까지 이코노미석을 타고 오느라 고생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텐데, 기탄없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선수들은 한번 말문이 트이자 리우올림픽을 치르며 겪은 불편을 서 회장에게 하소연하며 적극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연주(30ㆍ현대건설)는 “대표팀이 처음 소집된 후 한참 동안 각자의 팀 연습복을 입고 훈련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유니폼이 통일되면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란(32ㆍKGC인삼공사)은 “중요한 국제 대회에서 이겼을 때 승리 수당을 받으면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선수들의 건의 사항을 깨알같이 받아 적었다. 남지연(33ㆍIBK기업은행)은 대표팀 훈련을 돕는 직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효희(36ㆍ한국도로공사)는 손발을 맞출 기간이 하루라도 더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서 회장 바로 옆에 앉은 김연경(28ㆍ페네르바체)은 선수들의 건의 내용을 부연 설명했다.
회식 자리는 두 시간여 만에 끝났다. 서 회장은 “앞으로 여러분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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