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친노·친문 힘 업고 당 대표에
친박 새누리와 주도권 경쟁 예고
정치권 본격적인 대선 국면 돌입
친박·친문 아닌 '제3지대론' 급부상
추미애 의원이 27일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이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돌입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주류인 친박계가, 더민주는 역시 주류인 친노무현ㆍ친문재인계가 당권을 장악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여야의 정국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당내 비주류와의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당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28일 광주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등 존재감 높이기에 나섰다.
친노ㆍ친문계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추 대표의 당선으로 더민주 내부의 구심력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강한 야당’을 강조해 온 추 대표는 당의 힘을 끌어 모으기 위해 강성 기조로 정부ㆍ여당에 각을 세울 전망이다. 친노ㆍ친문 진영이 지도부마저 휩쓸면서 수 년 동안 당에 내상을 입힌 친노 대 비노 진영 간 당내 갈등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전대를 통해 친노ㆍ친문이 비주류를 압도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문재인 대표 시절에는 힘으로 맞서는 비주류로 인해 당 운영이 여의치 않았지만, 추 대표는 비주류를 의식하지 않고 거침없이 내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추 대표가 다른 후보의 2배가 넘는 54% 득표율로 당선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친노ㆍ친문 대의원, 권리당원들은 정부ㆍ여당에 당당히 맞서는 선명한 제1 야당을 바라고 있다. 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나 ‘친박 핵심’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의 관계도 ‘강(强) 대 강(强)’으로 가면서 정국이 차가워질 가능성이 높다. 추 대표도 대표 수락연설에서 “대통령이 국민이 가라는 길을 외면하고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호히 맞서겠다. 어떠한 탄압이 있더라도 그 길을 가겠다”며 ‘야성 회복’을 선언했다. 당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반대의 당론 채택이 정국 향방을 가늠할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는 이미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뚜렷이 하겠다”며 “한반도에서 중국과 미국이 충돌하게 해선 안 된다”고 밝힌 상태다.
이 같은 추 대표의 지도부가 당의 원심력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많다. 친노ㆍ친문 위주의 당 운영은 비주류의 소외감을 키우고, 제3 지대론 등 정계 개편 시도들과 맞물려 정치권을 소용돌이에 빠뜨릴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7개월간 더민주를 이끌어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의 ‘투 톱’은 ‘외연 확대’ ‘수권 정당의 안정성 높이기’에 초점을 맞춰 유연성을 강조했고, 당 안팎의 호응도 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민생에 대한 뚜렷한 성과 없이 강한 야당만 외칠 경우, 핵심 지지자들은 품을 지 모르지만 상당수 국민의 지지는 잃게 된다”며 “인사나 정책 결정에서 친노ㆍ친문 진영의 일방통행 식 당 운영이 계속되면, 비주류에게 짐을 싸는 명분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에 이어 더민주에 친문 체제가 구축되면서 정치권에선 ‘제3 지대론’을 비롯한 여러 정계 개편 시나리오들이 확산되고 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ㆍ김부겸 의원 등 비주류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ㆍ안희정 충남지사ㆍ이재명 성남시장 등 범주류 대선 잠룡과 추종 세력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절대 유리한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집권을 위해 여러 개의 나눠진 보조경기장이 아니라 하나의 큰 주경기장을 만들어내자”며 야권통합을 강조했다. 이어 김부겸 문재인 박원순 손학규 안희정 이재명 등 당내 대권주자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른 뒤 “(특정 후보가) 꽃 가마 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공정한 대선 경선을 반드시 중심 잡고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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