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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참관기]친문 후보 등장 때만 이름 부르며 환호성… ‘그들만의 잔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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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참관기]친문 후보 등장 때만 이름 부르며 환호성… ‘그들만의 잔치’ 였다

입력
2016.08.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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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이 사드 문제 해결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플랜카드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이 사드 문제 해결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플랜카드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상당수 참석자들 동원성 인력

비주류 후보엔 응원봉만 흔들어

결과 예상한 듯 개표 전 자리 떠

“여소야대 정국서 왜 이렇게 무능”

행사장 밖에선 시민단체들 시위

“秋대표, 계파 포용이 과제” 지적도

“누구를 찍으라고?” “있잖아 거, 전에 탄핵했던 양반이랑 삼성 뭐시기랑, 돈 많다는 젊은 그 사람” “아~ 맞다 그랬었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정문 입구. 요란한 후보 유세단들의 구호를 뚫고 ‘00시 000지역당'’ 깃발을 따라 일군의 중년 남성들이 버스에서 내린 뒤 ‘찍을 후보’를 재차 확인했다. 한 참가자는 “버스에서 우리 지역구 의원이 ‘어려울 것 없다. 그냥 추미애 양향자 김병관 찍으면 된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들은 다른 후보의 유세단이 건넨 명함을 그냥 바닥에 버렸다. 전대장에 들어와서는 지역 사무장의 지시도 이어졌다. “옆에도 우리 쪽이니까 저 사람들이 소리지를 때는 같이 ‘와’ 하고, 이름 외치면 따라 하면 됩니다.”

이른바 ‘친문(親文) 지지자’로 불리는 이들은 이렇게 하나 둘씩 모여 전대장 2층 정면과 오른쪽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다른 후보 연설 때는 조용히 당에서 건네 준 응원봉만 흔들다 친문 후보가 연설할 때면 후보 이름 연호를 금지한 당규도 어겨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4ㆍ13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 기대감 등으로 더민주 전대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흥행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상당수 참석자들이 특정 계파의 동원성 인원이란 게 함정이었다. 당원들이 현장에서 후보들의 연설을 듣고 그들의 정치적 목표와 인물 됨을 가늠해 후보를 선택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였던 것이다.

연호와 함성조차도 미리 짜인 시나리오대로 흐르는 듯했다. 이날 전대에서 뜻밖에 터져 나왔던 환호는 노인위원장 후보였던 제정호 전 경남도당 부위원장이 연설 도중 팔 굽혀 펴기를 수 차례 했을 때 정도였다. 그나마 지지라기 보다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친문 중심의 차기 지도부 구성을 일찌감치 예상한 지방에서 올라 온 지지자들은 개표 결과를 지켜보지도 않고 고향으로 떠나는 버스를 탔다. 친문 중심으로 당이 뭉쳤다는 평가 보다, 다양성이 실종된 ‘그들만의 전당대회’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오히려 행사장 외부가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야당다운’ 마당이었다. 노란색 옷을 입은 세월호 관련 시민단체들은 “야당이 힘이 없어 세월호 해결이 힘들다 해서 여소야대 만들어 줬는데 왜 이렇게 무능하죠”라는 팻말을 들고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지역구 문제 해결에 소홀한 현역 의원들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모 지역 상권 철거에 반대하는 한 당원은 “30년 장사해온 지역주민을 무시하고 철거하는 것 말고 해법이 없었습니까”라고 쓰여진 유인물을 돌렸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결과

한 중진 의원은 이 현장을 본 뒤 “‘좀 더 야당다운 정치력을 보이고 승리에 도취되지 않는 긴장감을 가지라’는 의미로 당원들이 과제를 내준 것”이라고 평가하며 “추 대표는 이들의 목소리를 현실화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낙선한 한 후보는 추 대표에게 ‘다양성 확보’라는 과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대다수 친문 지지자들이 선거 초반 ‘추향관(추미애 양향자 김병관)을 밀기로 결정하면서 결과는 사전에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추 대표가 친문 중심의 획일성에서 안정감만 확보하는 당 운영을 한다면 야권은 2017년 대선에서도 무난하게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주류를 포용하지 않는다면 야권 내 지지세 확장은 물 건너 갈 것이라는 뜻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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