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총선서 만들어진 제3 지대’ 자처
박지원, 더민주 전대날 손학규에게 영입 제의
잠룡 영입 위해 당규 개정 시사
‘플랫폼’ 구상 언급한 김종인 역할 주목
박원순ㆍ안희정ㆍ김부겸 등 만나
非文 중심 결집 시도 전망
“새누리 ‘반기문 판깔기’ 시작 땐
대선주자들 이탈 불가피”분석
남경필ㆍ원희룡 野와 접촉 확대

더불어민주당의 친문재인 지도부 출범으로 정치권에 제3 지대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시나리오 차원이지만 새누리당의 친박근혜계, 더민주의 친문계를 제외한 세력들이 제3 지대에 헤쳐 모이자는 것이다. 양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앞서 비주류의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정치권의 태풍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4ㆍ13 총선에서 중도ㆍ보수와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선전한 국민의당은 제3 지대임을 자처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비주류 사이에선 국민의당도 제3 지대에 모이는 여러 세력 중 일부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국민의당은 제3 지대론 선점을 위해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더민주에서 추미애 당 대표가 선출된 27일 전남 강진에서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과 단독 회동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손 전 고문에게 “친박당인 새누리당, 친문당인 더민주가 아닌 열린 정당인 국민의당으로 들어와 강한 경선을 통해 강한 후보를 만들어 정권교체의 기틀을 만들어줄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국민의당으로 오지 않더라도 국민이 갈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했다. 이에 손 전 고문은 답변 없이 웃음으로 대신했다는 전언이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 6월 이후 두 번째다.
박 위원장은 2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바라는 제3 지대가 국민의당이라는 게 입증됐다”며 “손 전 고문에게도 이 같은 얘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아닌 제3 지대를 말하는 것은 국민의당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헌ㆍ당규 상 대선후보에 대한 ‘당직 1년 전 사퇴’ 규정을 ‘6개월 전’으로 개정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영입 대상인 손 전 고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을 비대위원장이나 대표로 영입한 다음, 이들이 안철수 전 대표와 경쟁할 수 있도록 시간과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문턱을 낮춰 열린 정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더민주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비문 세력을 중심으로 제3 지대론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달 초 한 인터뷰에서 “내가 플랫폼을 만들고 대선행 티켓을 끊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대선 플랫폼’ 구상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 거리를 두면서도 손 전 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물론,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 등 여야 대선주자들과 꾸준히 접촉면을 늘려왔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의원은 “김 전 대표가 당내 비문 주자들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제3 지대에서 판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친문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경우 김 전 대표의 역할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표는 지난 26일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하고 이날도 글과 사진을 업데이트하며 온라인 소통에 나섰다. 당내에선 “김 전 대표가 현안 등에 대한 입장에 대한 글을 올릴 경우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철희 더민주 의원은 제3 지대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추미애 지도부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문 전 대표와 친문 지도부가 비문 주자들에게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내 비주류 사이에선 친문 성향을 가진 온라인 당원의 영향력이 강하게 반영되는 현재 경선 시스템 아래에선 비문 주자들이 문 전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새누리당에서도 당을 장악한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특정 후보를 위한 ‘판 깔기’를 가시화할 경우, 비박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때문에 일부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행보를 제3 지대론과 연결 짓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정과 협치를 강조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5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정치적 멘토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 이어, 최근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도왔던 한완상 전 통일부 장관을 영입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24일 손학규 전 고문과 회동을 갖는 등 여야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에 복당하지 않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주도하는 이재오 전 의원은 제3 지대론에서 미리 ‘텐트’를 치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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