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직후인 2012년 북한 김정은 정권이 ‘클린턴 재단’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정권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했으나, 당시 국무장관으로 일하며 북한을 불신하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클린턴 후보의 장관 재직시절 이메일 중 일부를 추가 공개했다. 이번 공개는 보수성향 시민단체 ‘사법감시’의 정보공개 요구에 대한 미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클린턴 재단의 외교관계 전문가인 아미타브 드사이가 셰릴 밀즈 장관 비서실장에게 보낸 메일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일 사망(2011년 말)과 함께 김정은이 정권을 장악한 직후인 2012년 5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메일에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클린턴 재단으로 접수된 북한의 초청 의사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심중을 반영, 드사이가 두 차례나 밀즈 실장에게 ‘WJC’(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니셜ㆍWilliam Jefferson Clinton)의 방북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김정일 집권 기간이던 2009년 전격 방북, 당시 북한이 억류 중이던 미국 여기자 두 명의 석방을 성사시킨 바 있다.
밀즈 실장은 클린턴 후보의 지시를 받은 듯 클린턴 재단의 물음에 ‘(초청을) 거부하라’는 단호한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이는 차기 미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클린턴 후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못지않게 대북 불신이 컸으며, 집권 후 대북 압박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클린턴 후보는 2014년 내놓은 회고록 ‘힘든 선택들’에서도 국무장관 재임 중 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전제로 북한과 비핵화 논의를 했으나 실현 가능성은 믿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메일에는 클린턴 재단과 클린턴 후보 진영 간의 방북 논의 과정에 클린턴 후보의 남동생(토니 로댐)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나, 미국에서도 고위층 친인척이 주요 막후 활동 인물로 활동하고 있음을 추정케 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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