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다 쏠쏠한 포인트 이자
총무 아니라도 계좌 쓸 수 있는
‘공동예금’ 등 비장의 카드
서비스 개시 후 고객 1000만명 목표
“얀, 머리에 땀이 많이 났어요. 긴장하셨나 봐요.”
인터뷰 중인 이용우(52)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옆을 지나던 한 직원이 샌드위치를 입에 문 채 말을 건넨다. 얀은 이 대표가 사무실에서 불리는 영어 이름이다. 기존 금융회사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여기선 이런 풍경이 더 자연스럽다. 사무실은 티셔츠, 반바지 차림으로 이어폰을 낀 채 오가는 직원들로 가득하다.
직원들은 보고 없이 언제든 휴가를 떠난다. 게시판에 알리면 그만, 휴가의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전 직원에겐 무제한 법인카드도 제공된다. 허가된 용도 안에서 썼는지, 사용내역만 공개하면 된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다. 대표에겐 개인 사무실도, 전용전화도 없다. 직원들과 같이 스탠딩 책상에서 섞여 일한다. “전 직원이 휴대폰으로 연결돼 유선전화가 필요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뱅크 사무실에서 오는 11월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이용우 공동대표를 만났다.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카카오뱅크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던 그는 지난해부터 증권맨 딱지를 떼고 ‘신개념 뱅커’로서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과의 차이를 묻자 그는 “돈(錢)을 대하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뭔가를 소비할 권리를 보여주는 게 돈이라면 그게 현금이든 쿠폰, 서비스, 포인트든 고객에겐 같은 가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이 부수업무로 여겼던 포인트 등 서비스를 새로운 돈의 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달 육아용품을 사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주말이면 뮤지컬을 보는 고객이 시중은행에서 1만원의 이자를 받는다면, 카카오뱅크에서는 7,000원 상당의 육아용품쇼핑몰 포인트, 교통카드 3,000포인트 충전, 공연 티켓 4,000원 할인 쿠폰 등 1만원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제휴 업체에서 현금보다 혜택이 큰 포인트를 사용하게 하면 고객이 느끼는 이자는 더 커질 것”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금리나 대출 여부를 결정할 고객 신용평가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SNS를 얼마나 자주하고, 가입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하루 사용시간은 얼마인지 등으로 충분히 신용평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소득 증명이 어려운 프리랜서 웹툰 작가가 시중은행에선 대출 받기 어렵지만 카카오뱅크는 이 작가의 웹툰을 보는 하루 고객 수, 고정 독자층, 페이지 조회 수 등을 종합해 작가의 소득을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톡에서 만들 수 있는 ‘공동예금’은 비장의 카드다. 기존에는 총무 한 사람이 자신의 명의로 계좌를 만들고 공동자금을 관리했지만, 공동예금에선 구성원 누구나 자기통장처럼 공동계좌를 쓸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는 은행법 개정(은산분리 완화)에 그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재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의 부담이 커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행 제도 아래서 인가를 받았고, 개정되지 않더라도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아닌 만큼 현재로선 은행을 제대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서비스 개시 후 고객 1,000만명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국민 5명 중 1명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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