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미국이 2013년부터 추진해오던 자유무역협정(FTA)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2013년 6월부터 TTIP 공식협상에 들어간 EU와 미국은 본래 2년 안에 협상타결을 목표로 했으나 대내외 반발에 부딪치며 난항을 겪어왔다. 이번에 결국 협상이 결렬되면서 TTIP 타결 가능성은 요원해졌다는 관측이다.
시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진행하던 TTIP 협상이 사실상 최종 결렬됐다”며 “미국의 요구를 EU가 전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EU는 상호 간 최대 교역상대국으로 지난해 상품과 서비스교역 총량이 1조1,000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서비스상품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둔 TTIP 협상 타결을 통해 유럽과 미국은 전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시장을 창출할 계획이었다. EU에서 TTIP 협상을 주도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은 물론 미국도 협상 타결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협상이 올해로 지연됨에 따라 협상 당사국이 선거 정국으로 빠져들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미국은 올해 11월 대선이 있고 프랑스는 내년 4월에, 독일에서는 내년 9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TTIP에 반발하는 기류가 거세지자 협상을 주도하던 정치인들도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긴축에 지친 유럽의 유권자들은 그리스뿐만 아닌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 극좌 또는 극우 정당들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 정당들은 미국과의 FTA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도 비슷하다.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도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며 TTIP 타결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도입과 문화콘텐츠 상품에 대한 서비스교역 제외 등을 놓고 미국과 EU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에 진척이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임기 내 TTIP 타결이 힘들어지면서 다음 정권으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며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대선후보들 탓에 TTIP 타결은 사실상 요원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