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덕 20년 만에 매출 250배
베트남 업체에 10년 이상 기술 앞서
LS전선아시아 내달 국내 상장
“기업 공개로 매출 1조 달성”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120㎞ 정도 떨어진 항구도시 하이퐁. 1996년 이곳에 설립된 LS전선의 베트남 법인 LS-비나(VINA) 공장은 6만㎡(1만8,000평) 부지에서 전력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LS-VINA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베트남의 유일한 종합전선회사이자 시장 1위 업체, 그리고 외국 자본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글로벌 전선회사다.
25일 공장에 들어서자 구리를 녹여 전선을 뽑아내는 용광로(최대 온도 1,000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강하게 얼굴을 때렸다. 여기서 나온 전선 가닥들을 이리저리 돌려 꼰 후 피복을 입히면 전력 케이블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이블을 칭칭 감아 둔 대형 드럼통들이 공장은 물론 인근 공터까지 가득 메우고 있다.
공장 안쪽 40m 높이에는 고압전선 생산 라인이 있다. 고압전선일수록 두께가 균일해야 하는데 수평 라인에서 전선을 만들면 중력 때문에 아래는 두껍게, 위는 얇게 만들어져 전선이 파괴될 수 있다. 그래서 40m 높이에서 원을 그리며 내려오는 생산 라인을 설치했다. 여기선 230킬로볼트(kV)의 고압 전력 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이 없는 베트남 현지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66kV에 불과하다. 현지업체 ‘카디비’와 ‘띵팟’이 각각 26.6%, 19.4% 점유율로 LS-VINA(30%)를 뒤쫓고 있지만 10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다.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 있는 LS전선의 또 다른 법인 LSCV는 90㎡(2만7,000평) 공장에서 랜 케이블(UTP 케이블)과 광케이블 등 통신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의 UTP 케이블 한달 생산량은 지구를 한 바퀴 감을 수 있는 4만㎞에 달한다. 1996년 19억원이었던 LS의 베트남 공장 매출은 2개 법인을 합쳐 지난해 4,900억원을 기록, 250배 이상 성장했다.
LS전선이 성공적으로 베트남 시장에 안착한 것은 현지화 전략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 넥상스와 미국 제너럴케이블도 베트남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뛰어들었지만 문화 차이, 노사갈등 등의 문제로 철수했다. LS전선 관계자는 “현재 LS-VINA와 LSCV 직원 약 700명 중 한국인은 8명뿐”이라며 “현지인들에게 요직을 맡기고 주인의식을 심어주자 생산성도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들은 단 한번의 노동쟁의 없이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올해 베트남 진출 20주년을 맞은 LS전선은 동남아 시장 1위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 법인 기업공개를 위해 지난해 5월 국내에 설립한 지주회사 LS전선아시아는 9월2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출자법인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이른바 ‘U턴 상장’으로 외국기업 지배지주회사(SPC) 제도를 활용한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메콩강 유역권(GMS)이 1970년대 한국처럼 산업 기반을 확장하고 있어, 높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명노현 LS전선아시아 대표는 “GMS 국가들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를 웃돌아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며 “기업공개(IPO)로 재원을 마련해 시장 대응력을 높여 2021년 매출 1조원을 올리는 동남아 1위 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하이퐁ㆍ호찌민=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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