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A초등학교 5학년 송진호(11ㆍ가명)군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전형적인 ‘왕따’였다. 분노조절 장애 때문에 평소 행동이 산만했고, 이따금씩 강한 심리적 불안을 드러내는 것이 원인이었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선 입학했을 때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결국 3학년 때 현재의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다. 그러나 ‘왕따’였다는 소문이 새 학교에도 퍼지면서 괴로운 학교 생활은 계속 이어졌다.
진호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가정 문제 때문이었다. 맞벌이 하는 부모는 바쁜 직장 생활 때문에 진호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고, 진호는 유치원 때까지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서 또래 관계 또한 불안정해졌다.
더구나 진호가 전학 온 학교는 작은 시골 분교로, 한 학년 학생 8명이 졸업 때까지 같은 학급에서 공부해야 해 ‘왕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진호의 문제를 발견한 담임 교사는 집단예술치유 프로그램인 ‘마음톡톡’을 활용했다. GS칼텍스가 지원하는 ‘마음톡톡’은 우울, 불안, 공격성 등 심리정서적인 문제 때문에 학교 생활과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을 통해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진호는 ‘마음톡톡’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 활동에 참여했다. 또래 아이들과 함께 ‘미운오리새끼’라는 제목의 뮤지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조율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 뮤지컬에서 표현해야 하는 춤 등 다양한 신체 동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진호는 뮤지컬 속에서 선생님 역할을 맡아 생전 처음으로 또래 아이들을 이끄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 속에서 인내와 배려,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진호는 집단 속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고, ‘나와 다르다고 친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운 다른 아이들도 진호를 친구로 인정하게 됐다.
진호를 담당했던 예술치료사는 “처음 봤을 때 위축돼 있던 진호가 마지막 프로그램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며 “’마음톡톡’ 프로그램을 통해 진호가 느낀 안정감과 자신감, 성공적인 협력 체험이 앞으로 학교 생활에서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GS칼텍스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다루지 않는 심리치유를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심리치유는 현금ㆍ현물 지원에 비해 성과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아동, 부모, 교사의 특성에 따라 오랜 기간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지만 GS칼텍스는 이를 극복하면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이 또래 관계 속에서 자아와 사회성을 길러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다른 어떤 사회공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3년부터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 8,400여명이 치유의 기회를 가졌고, 올해 하반기에도 1,300여명의 아동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같은 미래세대에 대한 GS의 관심은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부방 지원사업으로도 이어진다.
GS건설은 어린이재단과 함께 ‘꿈과 희망의 공부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에게 안정된 학업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GS건설이 매년 40명의 청소년을 선정, 직접 가정을 방문해 공부방을 꾸며준다. 2011년 5월 첫 공부방을 만들어 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70가정에 쾌적하고 안정된 학습 공간을 마련해줬다. 단순히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원들을 학생들의 멘토로 선정해 진로와 관련한 고민 상담, 재능 기부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이웃ㆍ지역과 함께 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 GS리테일이 조직한 ‘GS나누미’ 봉사단은 각 지역에 퍼져 있는 점포를 통해 매달 고아원ㆍ양로원 청소, 노숙자 배식, 소년소녀가장의 공부 도우미, 연탄 배달, 김장 담그기 등 봉사활동을 벌인다.
GS리테일은 또 업계 최초로 식품을 푸드뱅크에 기부하는 ‘푸드뱅크 식품기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 GS수퍼마켓 매장에서 매일 야채, 과일, 우유 등의 생식품을 각 지역 푸드뱅크에 기부한다. 가공식품은 물론 생식품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GS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허창수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허 회장은 평소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 외에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기본으로, 지속적인 고용창출과 사회공헌,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며 “기업이 나눔을 통한 사회적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GS 관계자는 “상처받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저소득층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며,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하고 행복해 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각 계열사 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천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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