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선 사상 최대의 댐 졸업 프로젝트인 클라마스(Klamath)강 복원사업이 결정됐다. 1909~62년 건설된 높이 22~53m 대형 댐 4개를 철거해 480㎞에 달하는 연어ㆍ송어 서식지를 복원하고 강 유역의 수질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캘리포니아주 클라마스강을 차례로 막은 4개 댐은 물고기 서식지 파괴, 녹조 발생, 부영양화 등 숱한 환경문제를 유발해왔다. 4개의 댐 철거와 클라마스강 복원에는 2020년부터 4,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미국은 1912년부터 2015년까지 1,300여 개의 댐(보)을 철거했다.
▦ 기능을 상실한 댐이나 보를 철거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06년 경기 고양시 공릉천에 위치한 공릉2보를 철거하고 변화상을 연구한 적이 있었다. 하천 오염지표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농도는 보 철거 전 6.1㎎/ℓ(4등급 수질)에서 철거 후 1.19㎎/ℓ(1등급)로 개선됐다. 정체된 물에 쌓여있던 오염된 흙이 쓸려 내려가고 깨끗한 모래와 자갈이 퇴적되면서 아름다운 갈대와 버드나무 숲이 조성됐다.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강하루살이 등의 곤충과 각종 어류도 나타났다.
▦ 우리나라에는 1만9,000여 개 댐이 있다. 높이 2m 이하 작은 댐(보)이 1만8,000 여 개, 15m 이상 대형 댐이 1,300개 가량이다. 하천 연장 5만8,000㎞와 견주면 3.6㎞마다 댐이 건설된 셈이다. 댐 숫자로는 세계 7위, 밀도로는 세계 1위다. 이 중 1984년부터 2013년까지 3,826개의 보가 기능을 상실했다. 택지개발로 농업용수 확보 등의 용도가 사라졌거나 댐 건설에 따른 수몰, 노후화 등이 원인이다. 기능을 상실해 폐기된 보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대부분 하천에 방치돼 있다. 대형 댐 철거 사례는 전무하다.
▦ 학계에선 수명이 다하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댐을 없애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댐 중심의 수자원 확보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강한 강은 기후변화 탓에 날로 심각해지는 홍수와 가뭄에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다한 댐을 졸업시키면 자연스런 강의 흐름을 살려내 습지와 범람원의 상태가 호전되고 홍수와 가뭄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 우리도 활용도가 떨어진 낡은 댐을 졸업시키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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