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독일인이 영국인 친구에게 ‘Can I borrow your HANDY for a second?’라고 물었다. 한국인이라면 어딘지 낯익은 표현 ‘hand phone’처럼 들리겠지만 이들 용어는 English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일식 영어’(Denglish)도 아니다. 독일 영어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도 ‘ein Handy’, ‘das handy’라는 명칭이 쓰이고 있다. 영어다운 표현 mobile telefon이나 Funktelefon보다 더 많이 쓰이고 실정이다. Spain인에서는 Movil, Mexico에서는 Celular, 미국에서는 Cell phone, 영국에서는 Mobile phone로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독일에서의 휴대전화 명칭은 가장 비논리적이다.
한국인이 ‘핸드폰’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English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니다. 이를 Konglish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이유는 Hand Phone은 ‘손을 위한 전화’(phone for Hand)이기 때문이고 어떤 외국인이 ‘Hand phone’ 질문을 듣고 ‘Oh, I don’t have a hand phone, but I do have a FOOT phone’이라고 농담했을 정도로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쓰이는 ‘손전화’라는 의미의 手机, (shouji)도 ‘hand machine’(손기계)의 뜻인데 ‘손기계’가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비논리적 변형이다.
말뜻을 따진다면 cell phone은 mobile phone부류에 속하지만 흔히 mobile이라고 말하면 위성전화(satellite phone)도 포함되기 때문에 모든 mobile이 모두 cell phone이 되는 것도 아니다. 현대인이 대부분 smart phone을 사용하면서 이제 ‘집 전화’는 home phone, house phone도 아니고 ‘유선으로 연결된 전화’라는 의미의 land line이란 용어로 불리게 되었다. 필요에 따라 생기는 비영어권 영어는 각 나라별로 local English화하면서 ‘가짜 영어’(pseudo-anglicism, false friends)가 등장하고 그 이름 또한 Konglish, Cinglish, Singlish, Japlish 등 나라별로 수 십 가지나 된다.
정통 영어를 학습해야 하는 사람이 이들 짝퉁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다. 독일에서 남자 모델(male model)을 der Dressman이라고 부르는 것이나 gym을 fitness center라 부르는 것은 그나마 나은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는 jogging을 footing이라고 불러 혼동을 자초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 Camera의 경우는 그리스, 베트남, 러시아, 폴란드 등 그 어딜 가더라도 영어 그대로 쓰인다. 방과후수업을 afterschool이라고 하는데 어찌된 것인지 스웬덴에서는 퇴근 후 술 한잔을 after work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찬물로 장시간 우려내는 커피’ 용어 ‘cold-brew coffee’가 정통 영어 표현으로서 점점 많이 쓰이는 것은 본 칼럼에서 줄기차게 주장한 것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 동안에는 어느 일본 업체의 억지 용어 Dutch coffee로 불렀다. 네덜란드에도 없고 역사적 기록도 없는 ‘더치 커피’라는 엉터리 일본식 영어 따라하기는 안 된다. 술을 아루코루(alcohol)라고 부르거나 뒤로 빗은 머리 스타일을 all back, 약한 커피를 American coffee라고 부르는 것, Bar에서 자신이 먹던 술을 남겨두는 것을 bottle keep, 자동차 앞 유리(windshield)를 front glass, 직업소개소를 hello work라고 부르는 것 모두가 일본식 영어인데 우리말에서 더 이상 용인해서도, 사용해서도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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