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시사하자 외화유출 우려에 입장 선회
日언론 “한중 관계 악화 탓” “한국이 체면 버린 것”
한국과 일본이 재무장관회의를 열어 양자 통화스와프(비상상황 시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담보로 외화 차입)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한ㆍ일 통화스와프를 이번에 논의하지 않기로 했으나, 회의 직전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양국간 통화스와프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가 먼저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했다”며 “실제 통화스와프 재개까지는 수 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20억달러로 시작해, 2011년 700억달러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2012년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관계가 경색되면서 규모가 130억달러로 축소됐고, 지난해 2월 협정이 갱신되지 않아 결국 중단됐다.
애초 정부는 통화스와프를 재무장관회의 의제에 담지 않았고 일본 역시 “한국이 먼저 제의해야 논의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회의 전날인 26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며 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한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국 등 신흥국에 머물던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할 수 있어 통화스와프 같은 안전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일제히 환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8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이던 위안부 문제 합의 후 8개월이 지나 관계개선이 경제분야로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금융분야 양국 협력의 상징적인 일”이라고 환영했고, 도쿄(東京)신문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가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는 통화스와프를 한국이 제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문은 “국제금융시장의 앞날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국이 체면을 버린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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