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희(50) 전 남자프로농구 원주 동부 감독이 3년 만의 공식석상에서 참회의 마이크를 잡았다.
강 전 감독은 28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스포츠 부정방지교육 특별강사로 kt 프로야구단 선수들 앞에 섰다. 시대를 풍미한 농구 스타에서 한 순간에 승부조작범으로 전락해 농구계를 떠나야 했던 강 감독은 “첫 공식 석상이라 긴장된다. 내 이야기가 귀에 안 들어올 수 있지만 내 경험을 듣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2011년 이후 아직까지 나를 괴롭히고, 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는 일이다. 2013년 나의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프로야구는 지난 7월 이태양과 유창식 등 유망주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번 충격을 줬다. 강 전 감독은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약 50분간의 강의 후 강 전 감독은 “내 경험을 통해 다시는 한국 프로스포츠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강의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스포츠 선수에게 친분을 내세워서 접근하는 분이 가장 무서울 수 있다. 잘못 걸려들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선수들에게 얘기해줬다”고 전했다.
강 전 감독은 2011년 2월부터 3월까지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브로커들에게 네 차례에 걸쳐 4,700만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4,700만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한국농구연맹(KBL)에서도 제명됐다. 강 전 감독은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해왔고 사회 경험이 없어 주변에서 친분을 내세워 접근했을 때 쉽게 빠져든다”면서 “아마 그것이 잘해준 것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의 악몽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나락에 선 심정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못하는 대인기피증이 생겼다”며 “아직도 가끔 내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다시 내 일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내가 저지른 잘못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큰 결심을 했다”고 교육에 응한 배경을 설명했다. 강 전 감독은 “날 아껴주셨던 분들한테 죄송하고 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앞으로 부정방지 교육 같은 활동으로 내가 저지른 죄를 조금이나마 참회하겠다”며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최근 프로야구에 다시 도진 승부조작으로 프로스포츠협회는 강 전 감독에게 어려운 시간을 요청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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