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근처에서 살다 보니 얼굴이 많이 알려진 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이 잦다.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나도 어디선가 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면 그는 상당히 유명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과 눈빛을 주고받을 때마다 당황하게 되는 것은, 아직 누구인지 파악하지도 못한 상대방이 나를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결례라 생각되는 순간이 길어져 진땀을 흘리다 허겁지겁 “그 동안 잘 지냈어요?”라고 인사부터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거의가 지나고 나서야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되지만, 가끔은 인사하는 순간 그가 신문이나 인터넷 상에서 꽤 알려졌을 뿐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임을 알게 될 때도 있다. 그 정도의 사람이면 공중파 지상파를 엄청 탔을 테지만, 텔레비전이 없는 데다 눈썰미도 없는 내겐 그들을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 좀 더 난감한 상황은, 그들이 ‘그래요, 맞아요, 내가 바로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이에요’ 하며 나를 빤히 바라볼 때이다. 그럴 때 인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얼굴 가득 ‘맞다니까요! 고민하지 말고 인사해도 돼요!’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인사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다. 그럴 때 나는 그에게 깍듯이 인사를 올리기는커녕 매몰차게 외면해 버린다. 그토록 남의 시선이 필요한 사람에게서 느낀 것은 언제나 허무였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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