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열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ㆍ2차전을 앞두고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약관의 공격수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이다.
한국은 9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맞붙은 뒤 마카오로 이동해 6일 오후 9시(한국시간) 시리아와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내전과 난민들의 이탈 등으로 시리아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중립지역을 물색했는데 레바논의 베이루트가 첫 개최지로 결정됐다가 마카오로 변경됐다.
황희찬은 이번에 처음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차범근(63)-최순호(54)-황선홍(48)-이동국(37ㆍ전북)-박주영(31ㆍ서울)으로 이어지는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의 황금 계보를 이어갈 기대주로 꼽혔다. 하지만 그는 기존 공격수들과는 조금 다른 유형이다. 골대를 향한 직선적이고 저돌적인 움직임, 상대 수비수와 일대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거침없는 드리블은 선배들에게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황희찬의 에이전트인 김홍근 HK스포츠 매니지먼트 대표는 “잘츠부르크는 구단 철학이 뚜렷하다. 굉장히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원한다. 2년 전 잘츠부르크 입단 때 (황)희찬이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나이였지만 이런 특별한 스타일을 지닌 점을 구단이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를 올림픽대표팀에 전격 발탁했던 신태용(46) 국가대표 코치도 “저돌적인 모습이나 수비에 가담하는 왕성한 활동량이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선수다”고 설명했다. 팬들은 황희찬을 한국의 웨인 루니(3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루이스 수아레즈(29ㆍ바르셀로나)라고 부른다. 둘 다 탱크처럼 돌격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선수들이다.
황희찬은 올 초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 이어 리우 올림픽 무대에서도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다. 성인 대표팀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하면 된다.
이번 대표팀에는 최전방 공격 자원이 많지 않은 편이다.
얼마 전 터키 트라브존스포르로 이적한 석현준(25)은 2차전 경기 장소가 마카오로 바뀌면서 명단에서 아예 빠졌다. 손흥민(24ㆍ토트넘)은 중국과 1차전만 소화하고 다시 유럽으로 떠난다. 토트넘과 축구협회가 손흥민을 리우올림픽 대표로 차출하면서 이번 최종예선은 첫 경기만 뛰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어깨가 더욱 무겁기도 한 반면 출전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을 기회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공격수 중에서는 황희찬과 같은 만 스무 살의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고 이름을 알린 선배들이 많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 때 발탁돼 한일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듬해인 1989년에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하며 차세대 공격수 자리를 예약했다. 박주영도 2005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6월에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작렬했다. 둘 다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 득점을 올렸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맹활약을 펼쳤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제 황희찬 차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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