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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변신은 멈출 수 없다... 팔색조 여배우 3

입력
2016.08.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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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야 가라!’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배우들이 있다. ‘연기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며 대중의 눈을 즐겁게 한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거침 없는 연기로 스크린 가득한 흡입력을 보여주는 배우 윤여정과 메릴 스트립은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다. 이제는 봉준호 감독하면 떠오르는 배우 틸다 스윈튼도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선 배우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이가 들수록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세 여배우의 변신을 들여다봤다.

말이 필요 없는 배우 메릴 스트립은 변신의 귀재다. ‘플로렌스’(왼쪽부터)에서는 음치 소프라노, ‘어바웃 리키’에서는 록밴드의 보컬, ‘숲속으로’에서는 무시무시한 마녀를 각각 연기했다.
말이 필요 없는 배우 메릴 스트립은 변신의 귀재다. ‘플로렌스’(왼쪽부터)에서는 음치 소프라노, ‘어바웃 리키’에서는 록밴드의 보컬, ‘숲속으로’에서는 무시무시한 마녀를 각각 연기했다.

가수에서 음치로

분명 록밴드 가수였다. 그런데 1년 만에 최악의 음치로 돌아왔다. 40년 경력의 연기베테랑, 할리우드 배우 스트립(67)의 돌변이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어바웃 리키’에서 남편과 딸을 버리고 음악에 빠져 사는 여자 리키를 연기했다.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008)에서 발굴의 음색을 보여주며 팬들을 매료시켰던 실력을 십분 발휘해 록밴드의 보컬 리키가 됐다. 어쿠스틱, 일렉트로닉 기타를 자유자재로 연주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헤드뱅잉’을 하던 스트립의 모습은 전혀 어색함 없이 극에 녹아 들었다.

그렇게 기타 선율에 농염한 음색을 섞어 관객의 혼을 쏙 빼놓았던 스트립은 영화 ‘플로렌스’로 관객의 허를 찌른다.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를 연기한 스트립은 아름다운 피아노 음색에 맞춰 ‘막강’ 생소리를 내며 귀를 놀래 킨다. 우리가 알던 스트립은 잊으라는 듯 음정과 박자에서 벗어나 너무나도 자유롭게 노래한다.

영화 제작 초기 단계부터 스트립은 캐스팅 ‘0순위’였다고 한다. 완벽한 음치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배우가 어디 흔할 수 있는가. 엉망진창으로 노래를 하면서도 자신은 대단한 소프라노라고 착각하는 플로렌스의 모순적 모습을 연기하는 것도 스트립의 몫이었다. 연기력이 없으면 도전 조차 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그는 뮤지컬영화 ‘숲속으로’(2014)에선 마녀로 둔갑해 등골 오싹한 연기를 과시했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연기한 ‘철의 여인’(2011)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아 이름값을 했다. 패션 잡지 편집장 미란다(‘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세기 영국에서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던 수장 에멀린(‘서프러제트’), 목이 돌아가도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야 하는 뮤지컬스타 매들린(‘죽어야 사는 여자’) 등 그 동안의 역할만 되돌아 봐도 그의 변신 본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배우 윤여정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적인 이미지를 고수한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왼쪽부터)와 ‘하녀’ ‘돈의 맛’ ‘계춘할망’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배우 윤여정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적인 이미지를 고수한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왼쪽부터)와 ‘하녀’ ‘돈의 맛’ ‘계춘할망’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가냘프지만 강단 있게

정신차릴 때까지 쓴 소리를 마다 않는 엄마이자 할머니를 연기할 배우를 떠올려보자. 곧바로 윤여정(69)이 떠오르는 것이다. 윤여정은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등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단골로 출연하며 카랑카랑하고 똑 부러지는 며느리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기 마련. 최근 작품들에서는 가슴 먹먹한 노인의 모습들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 ‘장수상회’(2015)에선 치매 환자 성칠(박근형)과 애틋한 감정을 나누다 췌장암에 걸려 입원한 금님으로 나와 눈물 쏙 빼게 만들었다. 영화 ‘계춘할망’에서는 오매불망 기다린 손녀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전하는 해녀 계춘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래도 또래의 나이든 사람들보다 “젊은 애들과 어울리는 게 더 좋다”며 ‘꼰대’이길 거부하는 신세대 할머니(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에겐 더 안성맞춤의 역이다.

그가 맡는 할머니역도 밋밋한 할매가 아니다. 독특한 뭔가가 있다. 내달 6일 개봉하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 속 할머니도 만만치 않다. 깡마른 체형에 빠글빠글하게 퍼머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인 ‘죽여주는 여자’ 포스터만으로도 윤여정이 지닌 에너지가 느껴진다.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 소영이 윤여정이 새롭게 소화한 인물이다. 삶이 고단하다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 할아버지들을 뿌리치지 못하는 소영. 윤여정은 또 한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고뇌하는 새로운 유형의 노인 모습으로 스크린에 투영된다.

이토록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한 배우가 또 있을까. 배우 틸다 스윈튼은 매 영화마다 패셔너블한 이미지로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헤일, 시저’(왼쪽부터)와 ‘설국열차’ ‘콘스탄틴’ ‘올란도’ 속 스윈튼.
이토록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한 배우가 또 있을까. 배우 틸다 스윈튼은 매 영화마다 패셔너블한 이미지로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헤일, 시저’(왼쪽부터)와 ‘설국열차’ ‘콘스탄틴’ ‘올란도’ 속 스윈튼.

치명적인 스타일리시

이제 봉준호 감독의 ‘뮤즈’가 된 듯하다. 50세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치명적이다. 영국 출신 배우 틸다 스윈튼(56)은 평범함을 거부한다. 그가 나온 영화 속 캐릭터만 봐도 그렇다. 내년에 개봉할 ‘옥자’에선 노인들이 즐겨 입는 패딩 점퍼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영화 ‘헤일 시저’에서 가십 칼럼니스트 쌍둥이 쏘라, 테살리 대커 자매를 연기한 것처럼 ‘옥자’에서도 쌍둥이로 등장한다고 한다. 역시 특이한 배우.

스윈튼의 이름을 국내에 널리 알린 영화는 ‘설국열차’다. 모델 못지않은 179cm의 훤칠하고도 아름다운 외모를 안경과 틀니로 감추고 등장했다. 반전이 따로 없다. 틀니 등 자신과 전혀 달리 보이는 외모를 봉 감독에게 직접 제안했다는 일화도 있다.

스윈튼은 ‘설국열차’나 ‘옥자’에선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줬으나 데뷔 초기엔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자랑했다. 남자와 여자를 오가며 완전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 영화 ‘올란도’(1993)는 스윈튼의 마력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신비로운 소년에서 사랑에 갈망하는 여자로 변했다가 결국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인간이 되어가는 영화의 내용은 스윈튼의 연기로 견고한 만듦새를 가지게 됐다. 키아누 리브스가 인간과 지하세계를 오가며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퇴마사를 연기한 영화 ‘콘스탄틴’에서 스윈튼은 커다랗고 새하얀 날개를 단, 성별을 알 수 없는 천사 가브리엘로 등장해 시선을 압도했다. 스윈튼의 마력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올해도 스윈튼의 변신은 눈길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비거 스플래쉬’와 10월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전설의 록스타 마리안을 연기한 스튄튼은 무려 17살 어린 배우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와 부부와 나오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 스윈튼이 소화해낸 1970~80년대 복고 패션은 스타일리시의 ‘끝판왕’으로 불릴 만하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선 파격적인 삭발 분장을 감행했다. 티베트의 승려복을 입고 등장해 신비로운 분위기의 자아내는 에이션트 원을 연기한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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