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이탈리아 중부를 강타한 지진에 각지에서 구조 및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폐허 가운데서 생존자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계속되는 여전으로 이재민들은 피난처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지진 발생 이래로 25일까지 폐허 아래서 구조된 인원은 모두 215명이다. 아마트리체, 아쿠몰리와 함께 큰 지진피해를 입은 작은 마을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서는 조르자 리날디(4)가 매몰 16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조르자의 언니인 지울리아 리날디(8)가 건물이 무너지는 순간 몸을 던져 동생을 끌어안아 목숨을 구했지만 정작 본인은 살아남지 못했다. 조르자를 구한 경찰관 안젤로 모로니는 “조르자가 당시를 기억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재앙을 극복하고 고통을 나누자는 의미로 이탈리아 국내는 물론 유럽 각지에서 구조대원과 구호물품이 도착했다. 구조작업에 투입된 5,400여명 중 절반이 자원봉사자다. 교통이 어려운 산간지대를 오가기 위해 ‘산악오토바이 구조대’도 등장했다.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이탈리아인 1,500여명이 팔을 걷어붙였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난지역에 5,000만유로(약 630억원)를 긴급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추가 생존자를 구조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리날디를 마지막으로 생존자를 발견했다는 소식은 끊긴 반면 현지시간 25일 오후를 기준으로 확인된 사망자는 267명으로 늘었다. 최소 367명이 중대한 부상을 입고 입원했으며 몇몇은 위독한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는 더 늘 수도 있다.
졸지에 집을 잃은 생존자들도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다. 2,100여명에 이르는 이재민은 급히 세워진 피난민 캠프에서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다. 24일 첫 지진 이후로 발생한 여진은 900여회 이상이다. 이탈리아 요리사 연맹이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했지만 물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 생존자는 AFP통신에 집에서 챙겨 나온 옷이 없어 몇몇이 슬리퍼만 신은 채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문화재 피해도 심각하다. 지진 피해가 컸던 아메트리체 등지는 중세 시대에 세워진 오랜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다리오 프란체스치니 이탈리아 문화부장관은 역사적인 건축물 293개가 지진으로 인해 훼손됐으며 보수작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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