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수사 때마다 피의자 극단적 선택 반복
검찰의 대형 사건 수사 중에는 핵심 조사 대상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수사에 차질을 빚고 강압 수사라는 비난이 빗발치는 일이 많았지만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해 4월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다.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그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일 오전 서울 북한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숨지기 전 한 언론과 전화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완구 전 국무총리, 허태열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현 정부 실세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해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금품 제공자가 사망해 검찰 수사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8명 중 이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만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4년 7월엔 철도 분야의 민관유착,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수사의 정점에 있던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한강에 투신했다.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 신분이던 김 전 이사장은 소환 통보조차 받지 않았지만,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이 나오면서 강한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 중 투신했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친인척이 금품을 받았다는 소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조사를 받던 중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2003년 8월에는 대북 송금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대검 중앙수사부로부터 수사를 받던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서울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회장은 금강산 카지노 허가 청탁과 함께 2000년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150억원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으나 그가 숨진 이후 재판을 받은 박 위원장은 결국 2004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들 외에도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최모 경위, ‘함바 비리’ 등으로 수사를 받던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 운수업체 로비 사건에 연루됐던 안상영 전 부산시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직 시절 납품 비리 의혹을 받았던 박태영 전 전남지사 등이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핵심 피의자가 이렇게 목숨을 끊을 경우 사건은 그대로 종결될 수밖에 없지만, 롯데 수사의 경우 오너 일가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최종 대상이라는 점에서 상황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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