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家 신임 두터워 ‘리틀 신격호’ 불려
경영권 분쟁서 신동빈 회장 지지
“이인원이 어디 갔노?”
26일 검찰 출두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인원(69ㆍ사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을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늘 이렇게 불렀다. 한 때‘리틀 신격호’로 불릴 정도로, 총수가(家)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서만 43년 간 일하면서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과 깊은 인연을 쌓았다. 1947년 8월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대부고와 한국외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73년 롯데호텔에 입사했다. 87년 그룹 주력계열사인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7년까지 관리이사, 전무이사,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치며 신 총괄회장을 도와 롯데쇼핑의 사세 확장에 결정적 공을 세웠다. 신 총괄회장은 이 부회장을 항상 곁에 두려 했다. 덕분에 이 부회장은 9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후 20년 가까이 최고경영자(CEO)를 역임, 국내 500대 기업 CEO 중 최장수 CEO 기록도 세웠다. 2011년 총수 일가를 제외하면 롯데에선 처음으로 부회장에 올라 부러움도 샀다.
이처럼 신 총괄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그룹 내 입지를 다져온 이 부회장이지만 지난해 8월 촉발된 롯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선 소신있는 입장 표명으로 다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롯데가 더 성장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그룹 성장과정에서 고락을 함께하며 임직원들의 신뢰를 쌓은 분(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며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으로 야기된 작금의 사태는 그룹의 미래와 발전에 어떤 도움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 측에서 신 회장 편으로 궤도 수정을 한 셈이다.
이후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서 신동빈(61) 회장에 이어 2인자로 통했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그룹 수뇌부인 정책본부 수장으로, 신 회장 곁에서 경영 전반을 챙겼다. 사람들은 이 부회장과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66)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을 신 회장의 최측근 3인방으로 분류했다.
이 부회장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도 유명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술이나 담배, 골프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CEO 자리에 있으면서도 학교 동문이나 지인으로부터 받은 어떤 청탁도 거절, 직원들의 본보기가 됐다”고 떠올렸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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