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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마지막 왕자’(1999)

입력
2016.08.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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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 새 장르 개척

초등 교과서에도 실려

아동청소년문학 전문 출판사 ‘푸른책들’이 펴낸 첫 책은 강숙인 작가의 역사동화 ‘마지막 왕자’다. ‘우리 출판사 첫 책’에 대한 원고를 청탁 받고 막 쓰기 시작하려는 참에 때마침 2016 리우올림픽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딴 진종오 선수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세계 사격 역사상 첫 3연속 올림픽 금메달이기도 한 이 대단한 성과 중에도 가장 큰 방점이 찍힌 부분은 바로 ‘첫’이라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최후의 경쟁자는 며칠 전 타 종목에서 베트남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호앙쑤언빈이었으며, 그 옆엔 올림픽 첫 출전에 귀한 동메달을 딴 북한의 김성국이 있었다. 세계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혹은 개인적으로든 수많은 ‘첫’들이 교차하는 올림픽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모든 ‘첫’들이 탄생하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종오 선수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숨 막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을 때, 가장 가까운 뒷자리에서 담담하고 꼿꼿한 자세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한국 사격 국가대표팀의 차영철 코치였는데, 그가 또 다른 ‘첫’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그는 한국 사격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였으나, 후배 금메달리스트 여갑순, 이은철, 김장미 등의 화려한 명성에 가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 후로도 20여 년간 현역 선수로 꾸준히 활약했고 현재까지 지도자로 후배 선수들의 든든함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내가 진종오와 더불어 차영철을 기억하고 싶은 까닭은 수많은 ‘첫’들이 품고 있는 나름대로의 의미와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첫’의 의미와 가치가 우리 출판사의 첫 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푸른책들’의 첫 책 ‘마지막 왕자’는 천 년 왕국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동화로 망해 가는 신라의 혼을 되살리려는 그의 노력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사의 비극성과 제목의 뉘앙스 탓에 시리즈의 첫 번호를 이금이의 출세작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양보하고 2번으로 나왔지만,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에 역사동화라는 분야를 본격적으로 개척하며 후배 작가들에게 큰 자극을 준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지도는 수십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푸른책들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나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2015년엔 초등 국어교과서에 실려 많은 아이들이 읽는 작품이 되었고 어느덧 15만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마지막 왕자’는 ‘푸른책들’만의 단순한 ‘첫’의 자리를 차지한 책이 아니라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의 개척자이자 밑거름이 되어준 소중한 책인 셈이다.

신형건 푸른책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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