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밑 “기도해 달라” 작별인사
극적으로 구조된 뒤 생존 알려
머리에 쓴 두건에 피가 묻은 채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가족과 친지에게 ‘나는 살아있다’는 문자를 보내는 한 수녀의 모습이 이탈리아 안사통신 사진기자 마시모 페르코시의 카메라가 포착됐다. 사진의 주인공 마리아나 레시(35)는 이탈리아 중부에서 일어난 지진의 참상과 미약한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알바니아 출신인 레시는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머물던 아마트리체 수녀원 벽이 무너졌을 때만 해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먼지와 피에 범벅된 채 잠에서 깨어났고, 주변에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레시는 구조의 희망을 잃었을 때 친구들에게 내 영혼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가족에게는 큰 충격을 받을까 봐 차마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원한 작별이 아니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그를 구한 것은 함께 노인을 돌보던 동료 청년이었다. 길가로 나온 그는 여진 때문에 길에 주저앉아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문자를 보냈고, 이 순간은 이탈리아 지진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남게 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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