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의 삶은 노래 따라 간다고 했던가. 히트곡 하나 없었던 한동근(23)이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이 소설의…’)란 노래로 ‘소설’ 같은 일의 주인공이 됐다. 에일리 등 유명 가수들의 신곡을 제치고 2014년 9월 발표한 이 노래로, 25일과 26일 이틀 연속 멜론ㆍ지니 뮤직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루에도 수 백 개의 신곡이 쏟아지며 유행이 급변하는 가요계에서 2년 전 나온 곡이 다시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기는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2013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3’의 우승자인 한동근의 데뷔곡 ‘이 소설의…’ 는 공개 당시 음원 차트 100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26일 멜론에 따르면 비참하게도 외면 받았던 노래가 주목 받기 시작한 건 한동근이 지난 5일 MBC 음악프로그램 ‘듀엣가요제’에서 우승을 하고 난 뒤다. 보통 사람과 짝을 이뤄 노래를 부르는 이 프로그램에서 한동근은 밴드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폭발력 있는 고음으로 소화해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다.
방송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는 ‘리틀 임재범’(CR***, 크라우***)이란 평이 쏟아졌고, 이후 시청자들이 그의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곡이 차트 톱100에 등장하더니,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한동근 측은 “인터넷에서 한동근을 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연관 검색어가 ‘이 소설의…’라 이 곡이 주목 받게 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 소설의…’는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정통 발라드 풍 노래다. 직장인 김기석(34)씨는 “갑자기 차트에 올라와 곡을 들어봤는데, 예전에 즐겨 들었던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스타일의 노래라 반가워 즐겨 듣는다”고 말했다.
한동근에 대한 호기심이 최근 10~30대 사이에서 높아진 것도 2년 전 노래의 ‘차트 역주행’에 한 몫을 했다. 한동근은 지난 6월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성악 발성을 하는 등 엉뚱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인물에 대한 흥미와 그의 가창력이 최근 잇따라 조명 받은 것이, 2년 전 데뷔 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멜론 등 국내 6개 음원 사이트에서 자료를 받아 음원 순위를 내는 가온차트는 “‘이 소설의…’ 소비 패턴을 모니터링 해보니 꾸준히 사용량이 상승하는 등 사재기 의심 패턴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올레, 엠넷 뮤직 등 6대 차트에 모두 톱5에 올라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된 사례”라고 봤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한동근 측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24일 낸 신곡 ‘그대라는 사치’ 보다 ‘이 소설의…’가 더 큰 사랑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져서다. 한동근은 이날 한국일보에 “‘이 소설의…’는 제 이름으로 나온 첫 노래라 의미가 남다른 곡”이라며 “발매 당시 큰 사랑을 받지 못하다 이렇게 천운이 따라 마냥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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