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읽는 트라우마와 통증
스티브 헤인스 지음, 소피 스탠딩 그림ㆍ김아림 옮김
푸른지식 발행ㆍ84쪽ㆍ1만2,000원
이 책은 두 권의 책 ‘통증은 정말 이상해요’와 ‘트라우마는 정말 이상해요’를 하나로 합쳐 출간한 그래픽 노블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이때 “감당하기 어렵거나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새겨진 상처들이 후유증을 남기는데 이들이 마음에 남으면 트라우마가 되고 신체에 새겨지면 통증”이 된다.
트라우마는 일정 시간 이상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는 경험, 예를 들어 극단적인 경제적 어려움이나 직장 내 상사의 폭압, 가족간의 불화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 생길 수 있다. 트라우마의 원인은 단 한번의 사건일 수도 있고 얼마간 지속되는 현상일 수도 있으며 공격이나 학대, 급작스러운 손실의 결과일 수도 있다.
특히 두뇌가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성장기에 지속적인 고통을 받아 생기는 ‘발달상의 트라우마’는 인격 형성에 큰 장애를 주고 평생의 고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1980년대 초반에 정립된 개념인데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겪은 증상을 통해 알려졌다.
저자는 스트레스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발달상의 트라우마를 서로 연관해서 볼 것을 제안한다. 무언가에 의해 압도된 우리의 몸은 격렬하게 흔들린 콜라병 속의 상태와 유사하다. 너무 성급하게 뚜껑을 열면 엉망진창이 되지만 살짝 열었다가 다시 닫으면 병 속의 압력을 줄일 수 있고 결국 안전하게 뚜껑을 열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저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경심리학의 내용을 이와 같이 적절한 비유와 상세한 일러스트를 통해 쉽게 전달한다.
통증에 대한 멜라니 선스트럼의 기념비적인 저작인 ‘통증연대기’를 보면 역사적으로 통증을 바라보는 세가지 관점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근대 이전에는 ‘은유로서의 통증’이었다. 통증은 결코 단순한 몸의 경험만이 아니며 의미와 은유로 가득한 영적 영역이다. 19세기에는 지금도 우리들 대다수와 일부 의사에게까지 통용되고 있는 ‘생물학적 통증’이 등장한다. 통증은 단순하고 기계적일 뿐이며 통증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신경종말의 작용이고, 뇌는 통증의 양에 비례하여 수동적으로 반응한다.
현대적 통증 모델에서는 통증을 뇌의 여러 부분이 작용하는 복잡한 현상으로 본다. 이 책의 저자도 ‘뉴로태그’란 현대적 통증 모델을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감정적인 통증과 육체적인 고통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통증은 신체를 언급하고 고통은 정신적인 불안함을 표현하지만 서로 바꿔치기가 가능하다. 저자는 우리의 가소성 있는 두뇌가 고통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편두통, 치통, 요통 등 만성 통증은 조직의 회복 정도와는 상관없이 신경계가 통증을 심각한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학습한 결과물이다. 역으로 예민해진 신경세포와 신경망을 뇌의 가소성을 활용해 다스릴 수 있으며 그 결과로 고통을 잊거나 경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와 통증의 발생 원리를 뇌과학에 기반해 일러스트로 풀어낸 이 책은 이 둘이 단지 무시무시한 증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신경계의 본능적이고 자율적인 방어 기제”라며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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