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목숨을 끊으며 이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로, 26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신 회장 등 오너 일가들에 대한 소환 조사까지 예고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러한 검찰의 수사를 막아 신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보호하기 위한 결행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이 그를 결국 극단적인 길로 내 몰았다는 게 롯데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 부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었다. 각 계열사가 조성한 비자금이 그룹 정책본부로 흘러 들어 갔는지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각 계열사 비자금 조성 과정에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집중 파헤치려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응하는 대신 극단적인 길을 선택함에 따라 검찰 수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66)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총괄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 3인방으로 꼽힌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해 준다. 이들 중 황 사장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43년을 롯데에 몸담은 국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지난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87년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 백화점 상품매입본부 전무와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며 신 회장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고, 지난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시한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져 확실히 신 회장측 인물로 각인됐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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