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을 차지한 후 ‘반정부 세리머니’를 펼친 페이사 릴레사(26)가 에티오피아 정부의 회유에도 “귀국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릴레사는 26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나는 에티오피아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나는 에티오피아에 돌아가면 죽거나 투옥된다. 다시는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나는 에티오피아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릴레사의 세리머니 이후 에티오피아와 오로모족 갈등이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목숨을 건 세리머니를 펼친 릴레사는 이후 더 강하게 에티오피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릴레사는 2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에서 출발해 구하나바하 베이 해변도로를 돌아 다시 삼보드로무로 도착하는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 42.195㎞ 풀코스를 2시간9분54초에 달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메달보다 더 관심을 끈 건, 그의 세리머니였다. 릴레사는 결승점을 통과하기 전, 시상식, 기자회견 등 취재진의 관심이 자신을 향할 때마다 두 팔을 엇갈려 ‘X’를 그렸다. 이어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반대하는 의미다. 나는 평화적인 시위를 펼치는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지역 출신이다. 이 지역은 에티오피아 반정부 정서가 강한 곳이다. 에티오피아는 인구 6%에 불과한 티그라이족이 지배층을 형성한다. 인구 25%로 에티오피아 최대 민족인 오로모족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최근 에티오피아 정부가 오로모족의 최대 거주지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편입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오로모족은 반정부 시위를 시작했고, 에티오피아 정부는 무력으로 이를 진압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9개월 동안 오로모족 500명 이상이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에피오피아는 “릴레사를 영웅으로 맞이할 것”이라며 회유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언론은 릴레사의 세리머니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릴레사는 “(정부가 나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 말은 정말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그들은 늘 그랬다. 죽이지 않겠다고 하고 죽였다. 투옥하지 않는다고 하고도 투옥했다”고 에티오피아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내 가족과 친척은 이미 감옥에 있다. 몇 명이나 감옥에 갔는지 알 수조차 없다”고 괴로워했다.
릴레사는 국외에서 ‘반정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반정부 세리머니는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에티오피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두길 원했다”며 “난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오로모족을 대표해 메시지를 전할 생각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오로모족 땅을 빼앗아 호텔과 빌딩 등을 지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땅과 평화를 빼앗길 수 없다”고 에티오피아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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