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26일 검찰 조사를 앞둔 이인원(69)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자살 소식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롯데그룹의 분위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 부회장 자살’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롯데그룹은 “구체적인 사실 여부를 확인한 다음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그룹에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은 지난 6월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을 접했을 당시보다 더 엄중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자살 배경이 현재 진행중인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롯데의 입장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소환 대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그룹 입장에서 무엇인가 이야기한다는 게 모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그룹내 2인자로 통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경기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새벽 양평군 서종면 한 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인을 파악 중이다. 현장 인근 승용차 안에선 유서도 발견됐다.
검찰은 전날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에 이어 이날 오전 9시30분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서 '비(非) 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부회장까지 올랐다. 올해 69세로 43년 동안 롯데에 몸담은 국내 최장수 CEO다. 수십년간 신격호 총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신 총괄회장의 '복심', '리틀 신격호'로 불렸던 이인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를 거치며 신동빈 회장 측으로 돌아섰다는 평을 받았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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