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숨진채 발견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평경찰서와 양평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0분쯤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S호텔 뒤 야산 산책로에서 이 부회장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부회장은 넥타이로 가로수에 목을 맸으며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당시 시신은 나무에서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신원 확인은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상의 안주머니에 있는 지갑에서 이 부회장의 신분증을 발견해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A4용지 4매 분량의 유서를 남겼는데,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9시∼10시께 “운동하러 간다”며 외출했다가 귀가하지 않았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시신을 인계 받은 경찰은 정확한 사인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의뢰했다.
앞서 롯데그룹 비리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롯데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압박감을 느낀 이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이 부회장은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66) 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총괄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 측근 3인방으로 꼽힌다. 이들 중 황 사장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43년을 롯데에 몸담은 국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지난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87년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 백화점 상품매입본부 전무와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며 신 회장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고, 지난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시한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져 확실히 신 회장측 인물로 각인됐다.
이 부회장의 자살로 롯데그룹에 대해 진행하던 검찰의 수사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라며 “롯데그룹 수사 일정의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르면 다음 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계획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