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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다… 대우조선 여신등급 뒤늦은 강등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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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다… 대우조선 여신등급 뒤늦은 강등 파장

입력
2016.08.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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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도 안 돼 돌변한 산은

이동걸 회장, 조정 계획 없다더니

정상에서 요주의로 한 단계 낮춰

우리 이어 수출입銀도 뒤따를 듯

금융권 “산은이 사태 키웠다”

부실 기업에 거액투입 비판 의식

무리하게 정상 등급 유지하다

회계법인 부정 의견 계기 돌아서

해외 일감 따내기 더 어려울 듯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산업은행이 그동안 ‘정상’으로 분류하던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등급을 뒤늦게 ‘요주의’로 낮추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이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조 단위 손실을 낸 여파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 산은의 여신 등급 강등으로 해외 수주 활동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경영 정상화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산은이 부실기업에 4조원이 넘는 돈을 지원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그동안 대우조선 채권등급을 무리하게 ‘정상’으로 유지시켰다가 최근 대우조선의 완전자본잠식을 계기로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대우조선의 채권등급을 기존 정상에서 요주의로 한 단계 낮췄다. 지난 6월 일찌감치 대우조선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조정한 시중은행과 달리 산은은 줄곧 ‘국책은행 책임론’을 내세우며 하향 조정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산은까지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낮추면 대우조선의 수주활동에 엄청난 장애가 온다”며 당분간 등급 조정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은 1주일도 되지 않아 기존 입장을 뒤집고 대우조선 여신 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대우조선의 반기보고서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대우조선에 대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주석을 단 데 이어 급기야 대우조선이 낸 재무제표에 대해선 회계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한정’ 의견을 제시한 영향이 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무제표가 전반적으로 부실해 외부감사인이 ‘한정’ 의견까지 제시한 상황에서 산은으로서도 더는 정상 등급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산은이 뒤늦게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갈 길 바쁜 대우조선으로선 발목이 잡힐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은 6월말 기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이 완전히 바닥나고 주주들이 납입한 자본금까지 마이너스(-4,582억원)로 돌아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대우조선의 자본금이 올 연말까지 플러스 상태로 채워지지 않으면 상장폐지된다. 산은은 일단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총 1조6,000억원(유상증자+출자전환)의 자본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의 자본총계는 1조1,418억원으로 불어난다. 다만 이렇게 되더라도 완전잠식까지는 아니지만 자본잠식률이 6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으로선 관리종목 지정(자본잠식률 50% 이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하반기 수주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대우조선이 올 하반기 대대적인 실적 개선을 이루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은이 대우조선의 채권 등급을 낮춘 뒤 그간 정상 등급을 유지했던 우리은행이 곧바로 뒤이어 등급 조정에 나선 만큼 또 다른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도 조만간 등급 하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용도에 직격탄까지 맞은 대우조선으로선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일감을 따내기가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금융권에선 산은이 대우조선에 대한 등급 조정으로 발생할 파장을 우려해 등급 조정을 머뭇거린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산은은 그동안 “등급을 조정할 경우 작년에 지원키로 한 4조2,000억원 중 남은 1조원의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등급을 조정하면서는 “남은 1조원 지원은 차질 없이 할 것”이라고 밝혀 말 바꾸기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당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 등을 우려해 그동안 다른 핑계를 대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평판이 나빠져 수주에 지장이 생길 걸 우려해 등급 조정을 머뭇거린 것이지 충당금 때문에 입장을 바꾼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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