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거대한 아프리카 시장을 놓고 중국과 전면적인 경쟁에 나섰다. 급속한 인구증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는 흔치 않은 지역을 수출시장으로 선점하기 위함이다. 특히 중국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의미까지 가미돼 아프리카 지역이 중ㆍ일간 국력대결의 전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제6회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참석을 위해 25일 출국했다. 일본이 주도하고 아프리카연합(AU), 유엔, 세계은행 등이 참가하는 TICAD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개최됐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열린다. 아베 총리는 출국 직전 하네다공항에서 “질 높은 기술과 인재육성을 통해 아프리카 발전에 공헌하고 싶다”며 “함께 윈윈(win-win)하는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2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회의에선 일본의 기술력을 활용한 지역발전 추진 등 인프라 투자 확대가 주로 논의된다.
아베 총리가 직접 케냐를 방문한 것은 중국이 한창 아프리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지난 2000년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이란 기구를 만들어 2018년까지 4,000억 위안(약 67조원)을 아프리카 인프라정비 및 자원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이 TICAD를 통해 내년까지 지원키로 한 3조 2,000억엔의 두배에 가까운 규모다.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액은 미국(3조3,000억엔)이나 프랑스(2조4,000억엔)보다 앞선다.
아베 총리의 이번 케냐 방문에는 150개 이상의 일본기업 관계자가 동행해 현지진출 상담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측 물량공세에 대한 일본의 현지공략 전략은 자신들의 인프라 지원은 고용과 인재육성까지 병행해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식이다.
아베의 아프리카 중시행보는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란 국가목표와도 맥이 닿아 있다. 아프리카 각국은 유엔 가맹국의 4분의 1에 달할 만큼 표대결이 필요할 때 절실한 존재다. 실제 아베 총리는 케냐 방문 기간 아프리카 각국 정상과 잇달아 만나 향후 안보리 개혁에 협조를 당부하고 오는 30일 귀국할 계획이다. 유엔무대나 해외 공공외교 경쟁에서 중국에 맞서기 위한 플랜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런 안팎의 사정은 일본 총리의 케냐 방문이 2001년 모리 요시로(林喜朗) 총리 이후 15년만인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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