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슬람식 수영복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하고 나서는 가운데, 한 알제리계 사업가가 부르카 및 부르키니 착용에 대한 거액의 과태료를 대납해 주목을 받고 있다. 무슬림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선행이라는 찬사가 이어지는 반면, 일각에서는 사업 홍보효과를 노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은 알제리계 사업가 라히드 네카즈(44)가 최근 6년간 프랑스 등 유럽 4개 국가에서 부르카나 부르키니를 착용해 과태료를 물게 된 여성들을 위해 총 27만8,000달러(약3억1,000만원)를 대신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네카즈는 프랑스 부르카 금지법이 제정된 2010년 100만유로(약12억6,000만원)를 출연해 ‘자유수호기금(Touche pas a ma constitution·내 헌법을 건드리지 말라)’을 조성했다. 이후 기금을 활용, 과태료를 대납하기 시작한 네카즈는 프랑스(1,165건)뿐 아니라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에서 총 1,436번 가량 ‘벌금 기부’를 이어갔다.
네카즈는 거액의 지원을 이어가는 이유로 ‘시민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는 주요 외신과 인터뷰에서 “프랑스 정부가 반 무슬림 광기에 사로잡혀 시민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부르카나 부르키니의 착용 자체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자기 의복을 결정할 자유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네카즈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네카즈가 자신의 유명세를 위해 가식으로 선행을 베푼다는 것이다. 실제 네카즈는 과거 부동산 투자로 거액의 수익을 얻었지만 이후 사업의 실체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기금 조성 전후로 수차례 정계 출마를 시도하고 있는 정황 또한 그가 선전효과를 노린다는 비판을 뒷받침한다. 과태료 지원을 요청했다가 일말의 답변도 듣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점, 수혜자 중 네카즈의 홍보에 이용돼 당혹스러웠다는 증언 등이 이러한 의심에 무게를 싣고 있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나 알제리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네카즈는 소규모 인터넷 스타트업으로 사업을 시작, 부동산 투자로 돈방석에 올랐다. 2007년 프랑스 대선과 2008년 지방자치선거에 출마했지만 번번이 낙마했고, 2013년에는 알제리 대선 출마를 위해 이중국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프랑스 시민권을 포기했다.
강유빈 인턴기자(연세대 불문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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