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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끝나자 학교 가기 싫다며 아픈 아이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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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끝나자 학교 가기 싫다며 아픈 아이들… 어떻게?

입력
2016.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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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고 돕는다는 메시지 주고

감정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유도

힘들어한다고 결석시키면 안돼

“잠깐 헤어졌다 오후 2시에 만나”

“2학기에 학교에서 소풍가네” 등

긍정 마인드 심어주는 대화 도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개학 며칠 전부터 몸이 너무 피곤하더니 결국 감기에 걸렸어요. 개학 전날 밤에는 학교에 가는 게 걱정이 돼서 잠을 잘 못 잤어요.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나니 다시 처음 만난 애들 같아서 어색해요.” (A양, 경기 A초등학교 3학년)

“개학해서 교실에 앉아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빨리 엄마한테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요. 숙제가 많은 날은 머리랑 배가 아파요.” (B군, 경기 B초등학교 2학년)

“개학 첫날 시계 알람도 안 울렸는데 일찍 일어났어요. 계속 긴장되고 예민해져서 자꾸 짜증이 나요. 몸이 피곤해서 수업시간에 집중이 안돼요.” (C양, 경기 C초등학교 3학년)

한달 간의 방학이 끝나 이번 주부터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된 초등학생 3명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이 증상들은 ‘개학증후군’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땐 누구나 긴장과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개학증후군은 개학 전후로 스트레스가 지속돼 두통 복통 수면장애 불안감 등의 증상으로까지 이어진다. 성인들이 긴 휴가 후 일시적으로 우울증, 무기력증을 겪는 것과 비슷하다.

개학증후군은 엄마와 떨어지는 데 대한 불안감이 크고 학교 생활 리듬이 몸에 익지 않은 초등하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개학증후군을 겪게 되면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게 싫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두통 복통 수면장애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대부분 자신의 스트레스 원인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해 스트레스가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흔히 겪는 개학증후군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소홀히 여겨서도 안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1주일 정도면 다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만,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눈 깜빡임, 얼굴 찡그리기 등 특정 동작이나 말을 반복하는 틱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틱 장애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개학시즌인 3, 4월과 9월이다.

“누구나 힘들 수 있어” 이해와 지지가 중요

아이 삼시세끼와 방학숙제로 ‘방학증후군’을 앓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방구, 개학을 맞은 엄마들에게 아이의 개학증후군은 또 다른 고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학증후군은 부모의 이해와 격려가 극복의 가장 중요한 열쇠이므로 “너 꾀병이지” “왜 자꾸 아프냐”고 아이를 면박주거나 책망하지 말고 아이의 스트레스를 이해해줘야 한다. 신민섭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의 불안감과 신체증상에 대해 부모가 강압적으로 야단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될뿐더러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며 “‘충분히 힘들 수 있어’라며 이해하고 지지하는 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아이가 마음을 놓고 부모에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예컨대 아이가 밤잠을 설쳐 늦잠을 자 지각을 할 경우 “너 왜 또 늦잠 잤어”라고 다그치는 대신 “무슨 걱정이 있니” “학교에 가는 게 힘든 이유가 있니”라고 물어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아프거나 등교를 거부하면 부모가 안절부절 못하며 아이보다 더 불안해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송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에게 엄마가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며 “‘엄마가 널 도와줄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학교를 안 보내서는 안 되며 선생님께 아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또 “우리 00이가 학교를 잘 다녀서 정말 대견하다”라고 칭찬해주고, 아침에 아이와 손뼉맞장구(하이파이브)를 하거나 꼭 껴안아 주는 등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일정을 말해주는 것도 아이의 불안감을 덜 수 있는 방법이다. 분리불안 장애가 있는 아이에겐 부모가 “학교에 있는 동안만 잠깐 떨어져 있는 것이고, 우리는 오후 2시에 다시 만난다”라고 말해주면 좋다. 또 소풍이나 체험활동 등 2학기에 경험할 수 있는 즐거운 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면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아침엔 즐거운 일, 낮에는 야외활동으로 생활리듬 되찾기

개학 후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기상 시간의 변화다. 기상 시간은 개학 최소 일주일 전부터 매일 10분씩 앞당기는 등 차근차근 변화를 줘야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무리가 없다. 또 아이가 자발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다음날 아침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로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기로 하거나 좋아하는 동화책을 함께 읽기로 약속하는 등 아이가 기대하고 재미있어 할 만한 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 낮 시간에는 체조나 산책 등 야외활동으로 신체에 적당한 피로감을 주어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들기 1시간 전에는 TV 시청이나 컴퓨터 및 스마트폰 사용, 간식 먹기 등 숙면에 방해가 되는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원만한 교우 관계를 위해서는 방학 중에도 여러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해주면 좋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요즘은 형제자매가 없거나 적은 아이들이 많아 개학 후 단체 생활을 하면 놀잇감 등을 양보하지 않고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며 “방학 동안에도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기회를 주면 학교 생활에 좀 더 잘 적응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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