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76. 네 살 추정 코커스패니얼종 마리·메리
지난달 초 경기에 위치한 한 보호소 밖에 코커스패니얼종 두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자신이 기르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려견들을 보호소 대문 기둥에다 묶어놓고 간 겁니다.
보호소 직원들은 발견하자마자 개들을 실내로 옮겼지만 밤새 폭우를 맞은 두 마리는 결국 폐렴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유기동물 보호 활동가들의 모임인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은 두 마리의 딱한 사연을 듣고 보호소에 두는 대신 임시보호 가정으로 옮겨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똑 닮은 두 마리에게 마리와 메리(4세 추정·암컷)라는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6,7㎏의 무게로 코커스패니얼 종 가운데서는 몸집이 작은 편에 속하는 마리와 메리는 얼굴도 워낙 예쁘지만 무엇보다 출산을 여러 번 한 흔적이 있어서 번식장 모견으로 이용되다 버려진 것으로 활동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리와 메리는 환경이 급격하게 바뀐 탓인지 아직은 겁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또 가족들로부터 얼마나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 사람이 머리를 쓰다듬기만 해도 오줌을 지린다고 해요. 임시보호 가정에서 마리는 배변훈련에 거의 성공했고, 메리는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합니다.
고속도로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아니라 유기동물들을 돌보는 보호소 앞에 버린다고 해서 개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보호소에 가면 운 좋게 다른 가족을 찾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안락사를 당하거나 질병으로 죽는 등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버려지고 병까지 얻었지만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는 마리와 메리가 평생 사랑해 줄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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