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동서독 통일의 물꼬를 튼 ‘동방정책’의 주역인 발터 셸 전 독일 대통령이 별세했다. 향년 97세.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독일 제4대 대통령을 역임한 셸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노환으로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셸 전 대통령은 소속 정당인 자유민주당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연정을 이룬 1969~1974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으로서 사민당 빌리 브란트 당시 총리와 함께 동방정책을 추진했다. 동방정책은 69년 서독이 동구 공산권과 관계정상화를 위해 동독을 독일 내 제2의 국가로 전격 인정한 정책으로, 동독 내지는 동독 우호국가들과도 이어지던 냉각 분위기를 깨뜨리고 통일의 첫 발판이 됐다.
셸 전 대통령은 동방정책 전후로 일관적으로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동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브란트 총리가 앞서 서베를린 시장으로서 공산권 인사들과 교류를 시도해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거 당시 총리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에도 “유럽의 안정을 증진하려면 누군가는 공산주의자들을 만나야 한다”며 브란트 시장을 지원했다.
20대 시절 나치 공군으로 징병, 나치 당원으로서 활동한 이력은 생애 마지막까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그 외 셸 전 대통령은 도덕적 올바름을 중시한 정치 철학으로 회자됐다. 그는 “대중의 생각을 알아내 그에 맞춰 인기를 끄는 것은 정치인의 과제가 될 수 없다”며 “정치인은 옳은 일을 함으로써 인기를 얻어야 한다”고 신념을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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