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의 한 맺힌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이 시작됐다. 중국은 6,000만 위안(약 100억원)의 포상금과 전세기까지 지원하며 ‘축구 굴기’(堀起·일으켜 세움)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16년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중국은 자국 프로축구 일정마저 연기한 채 대표팀을 조기 소집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5일 “중국 축구대표팀이 내달 1일 한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르기 위해 29일 입국한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전세기편으로 중국 선양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축구협회가 이번 한국전에 대비해 대표팀 선수들을 22일 조기 소집했다”며 “이 때문에 이번 주 중국 슈퍼리그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3대 꿈인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의 실현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표팀 기량 향상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2월 시진핑 주석 주재로 열린 제10차 중앙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회의에서 ‘중국 축구 개혁 종합방안’을 심의해 월드컵 개최와 대표팀 기량을 세계 정상권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골자로 한 ‘중국 축구 개혁 종합방안 50개조’를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에도 대표팀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중국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서 탈락할 뻔했다. 월드컵 2차 예선은 39개팀이 8개 조로 나뉘어 경기를 치렀고, 각 조 1위 팀과 2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4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중국은 C조에서 카타르(승점 21)에 이어 5승2무1패(승점 17)로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중국은 ‘약체’ 홍콩에도 두 차례나 비기면서 한때 조 3위까지 추락했지만, 가까스로 최종예선에 올랐다.
중국이 월드컵 무대에 마지막으로 진출한 것은 2002년 한ㆍ일월드컵 때였다. 당시 한국과 일본이 자동진출권을 따내면서 반사이득으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조차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국축구협회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자력 본선 진출’을 이루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홍콩 일간지 ‘밍바오(明報)’는 중국 언론을 인용해 “중국축구협회가 축구대표팀이 본선에 진출하면 6,000만 위안(약 100억원)의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축구협회는 최종예선 10경기 가운데 원정으로 치르는 5경기에 모두 전세기를 지원한다”며 “매 경기에 300만 위안(약 5억원)의 승리수당을 걸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이 2차 예선에서 내건 승리수당은 50만 위안(약 8,400만원)이다. 밍바오는 “중국축구협회뿐만 아니라 스폰서들도 대표팀이 본선에 진출하면 3,000만 위안(약 50억원)의 포상금을 내놓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1일 한국과 원정 1차전을 치르고 나면 6일 이란과 중국 선양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2차전을 치른다.
중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78위다. 1, 2차전 상대인 한국(48위)과 이란(39위)과는 차이가 크다. 최종예선 초반 1, 2차전에서 모두 패하면 중국으로선 본선 진출에 치명상을 입는다.
중국 대표팀은 이란전이 치러질 선양에서 일찌감치 합동훈련을 하고, 고지대인 쿤밍에서 체력훈련까지 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막대한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 축구가 이번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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