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선고에 길에서의 여생 택해
1년간 미국 32개주 2만여㎞ 여행
물개와 입맞추기, 첫 승마…
할머니의 도전에 네티즌 열광
“내 여행이 사람들에 영감을 주길”
첫 열기구 여행, 첫 승마, 첫 페디큐어 받기. 한 미국 여성의 최근 1년은 평생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로 가득하다. 미 대륙 횡단 여행을 하고 있는 그는 시간 변경선을 아홉 차례 이상 넘나들며 새 친구들을 사귀고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해가고 있다. 패기 넘치는 젊음으로 배낭여행을 다니는 청년을 상상하기 쉽지만, 1년의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은 백발의 91세 할머니, 그것도 자궁암과 싸우고 있는 암 환자다. 병원에 머무르는 대신 길 위에서의 여생을 택한 노마 바우어슈미트(91ㆍ이하 노마) 할머니의 여행이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노마 할머니와 함께 여행 중인 아들 팀 부부는 24일(현지시간) 페이스북 페이지 ‘드라이빙 미스 노마’(Driving Miss Norma)를 통해 여행 1주년을 알렸다. 세 가족은 반려견 링고와 함께 지난해 8월 레저용 차량에 몸을 싣고 미국 미시간주 프레스크아일을 출발해 북미대륙 일주 여행을 시작했다. 노마 할머니가 자궁암 진단을 받은 후 남편마저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항암 치료 대신 무기한 여행을 결심한 할머니는 어느 때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미국 32개주 75개 도시를 돌며 약 2만1,000㎞에 달하는 거리를 누볐다.
할머니의 여정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 지자 수십만명의 독자들이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현재 드라이빙 미스 노마 페이지에 올라 오는 할머니의 여행 소식을 받아 보는 페이스북 사용자는 42만3,700여명에 달한다. 이 네티즌들은 키 152㎝, 체중 45㎏의 아담한 체구인 할머니가 굴 맛보기, 물개와 입 맞추기 등 끊임없이 크고 작은 시도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갈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고 열광했다. 일약 유명 인사가 된 할머니는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의 초청으로 그랜드캐니언, 옐로스톤을 비롯한 20여개 국립공원 행사에 참석하는 등 미국 각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노마 할머니와 가족이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은 ‘매 순간의 소중함’이다. 노마 할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행 중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답한다. 아들 내외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여행”이라며 “(여행을 통해) 삶과 사랑, 그리고 현재의 순간들을 온 힘 다해 껴안는 법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마 할머니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여행을 계속할 계획이다. 암 진단 후 한번도 의사를 다시 찾은 적이 없는 그는 인위적인 생명 연장 역시 원치 않는다고 이미 아들 내외에게 밝혔다. 할머니는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 대신 길로 나서기를 잘했다 생각한다”며 “내 여행이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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