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높은 신혼부부일수록 아이를 적게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부부 중 상당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인데, 직장여성이 일과 육아에 모두 충실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직장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은 25일 이 같은 내용의 신혼부부 가구 표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민간신용정보기관의 빅데이터와 기존 인구동향 자료를 연계해 2014년을 기준으로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 5만 가구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다.
우선 전체 신혼부부가 낳은 평균 자녀는 1.05명으로 집계됐는데, 고소득 부부일수록 자녀 수가 적었다. 소득기준 1분위(하위 20%) 부부의 출생 자녀수가 1.1명인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상위 20%)는 0.8명에 그쳤다.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맞벌이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실제 1분위의 맞벌이 비중은 19.9%인 반면, 5분위는 81.6%로 4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또한 2014년 기준 이들의 평균 자녀 수는 0.68명이었는데 남편이 외벌이를 하는 부부가 0.73명을 낳은 것에 비해 맞벌이 부부는 0.66명을 낳는데 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출산지원비 등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보다는 직장 내 어린이집 확대와 같이 직장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출산율을 높이는데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혼부부들은 평균 4,273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소득은 5,123만원으로, 소득대비 부채 비중이 83.4%에 달했다. 대출이 있는 부부는 절반을 훌쩍 넘긴 63.3%였다. 2010년 결혼한 신혼부부의 대출 증가 추이를 보면 2010년 대비 2014년 대출액이 98.1% 늘었는데,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122.6% 증가했다. 절반이 넘는 신혼부부가 무주택(58.8%)이었으며, 한 채 보유한 부부가 33.6%, 두 채 이상 보유한 부부는 7.5%였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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