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까지 나서 “양보하라” 압박
최종 절차 국민투표만 남아
콜롬비아 정부와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반세기를 이어 온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을 전격 체결했다. 다만 FARC에 대한 콜롬비아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협정안의 최종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난관이 남아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평화협정 중재자인 쿠바와 노르웨이 대표단은 공동성명을 내고 “콜롬비아 정부와 FARC가 평화를 위한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내전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장기간 지속된 무장분쟁으로, 1964년 쿠바혁명에 감화된 농민군 지도자들이 FARC를 조직해 좌익정부 수립을 목표로 정부군과 대립해 왔다. 이 내전으로 지금까지 약 26만명의 사망자와 680여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FARC와 정부는 첨예하게 대립했던 내전기간 범죄 처리, 반군의 정치참여, 농지 개혁과 마약밀매 근절 등에 합의했다. 다만 반군과 정부군을 막론하고 대량학살, 성폭행, 납치 등 반인권적 범죄는 면책하지 않기로 했다.
평화협정안은 의회 동의와 국민투표를 통한 인준 절차를 남겨 놨다. 국민투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약 3,300만명의 13%(439만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오는 10월 2일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국민투표는 우리 자녀들에게 안전한 국가를 만들어줄 유일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국민은 대체로 평화협정에 찬성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달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67.5%가 평화협정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FARC는 내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마약 밀매에 손을 댔고 몸값을 받기 위해 납치를 일삼았다. 콜롬비아 국민 다수도 FARC를 폭력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어 투표가 시작되면 반대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집권 당시 미국의 지원 아래 대대적인 반군 소탕작전을 벌인 전 콜롬비아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 상원의원 등 정치권 일부도 평화협정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반인권 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이들의 공직 진출 제안 등이 평화협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콜롬비아 안팎의 기대는 높다. 전문가들은 평화협정 체결로 콜롬비아에 대한 투자와 관광이 늘며 연간 경제성장률이 0.3~1%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산토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평화협정 타결을 축하했다. 평화협정안 체결의 숨은 공로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지난해 교황이 쿠바를 방문한 후 양측 지도들이 처음 만나 협정을 시작했다. 교황은 ‘확실한 양보를 해라’라고 협상팀을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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