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구사하는 창법이요? (힘주어)당연히! 가요, 찬송가, 뮤지컬 넘버 부를 때 다 다르죠. 듣는 사람들은 노래방서 ‘화개장터’를 불러도 벨칸토 창법이라고 놀리지만.” “연기 강의는 몇 번 해봤는데 부담스러워요. 전에 어느 대학에서 발성을 가르쳤는데 학생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틀린 거거든요.”
말마다 빵빵 터진다. “제가 공부한 바에 따르면”이란 추임새로 시작해 깨알 같은 유머를 섞은 대답은 솔직한 경험담으로 끝을 맺는다. ‘레 미제라블’, ‘맨 오브 라만차’, ‘영웅’ 등 굵직한 대극장 공연 주역을 꿰찼던 뮤지컬계 간판 배우 정성화(41)다. 그가 뮤지컬 ‘킹키부츠’(9월 2일~11월 13일 이태원 블루스퀘어)의 롤라 역으로 돌아온다. 한때 복서였던 여장남자 가수 롤라는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를 도와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만든다.
정성화는 24일 서울 논현동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조연을 해도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상남자는 아니지만 마초적인 기질이 있어요. 한데 여성을 표현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뮤지컬 ‘라카지’,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에서도 여장남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일종의 장기 비슷한 게 됐어요.” 롤라 역을 맡은 전세계 어떤 배우보다 코미디 포인트는 잘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 몫 했다. “코미디가 파고들면 상당히 학문적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그걸 공부했고 그게 슬픈 연기, 일상 연기에도 다 도움이 돼요. 남 웃기는 게 나머지 연기 기술이 없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팀 연습에 들어가면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 마냥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는 게 정성화의 방식. 롤라가 전직 복서 출신의 여장 남자 가수인 만큼 이번에는 다이어트와 태닝, 제모 등 외모 관리부터 들어갔다. 눈 밑에 아이라인 그리는 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고.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맡으며 86㎏까지 쪘던 몸무게가 78㎏으로 줄었다. 주역을 보장했던,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특유의 창법도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확실하게 바꿀 계획이다.
“연습 때 (더블 캐스팅 된) 홍석이가 노래 휘어잡는 게 장난이 아니더라. ‘여자 박정현이다’ 싶었다”며 가요 전문 보컬 트레이너를 구했다. 정성화의 이전 작품들이 성악의 벨칸토 발성을 기초로 한 발라드풍의 넘버였다면 ‘킹키부츠’의 넘버는 소울의 느낌이 다분하다. “노래 다 들은 선생님이 ‘역시~ 벨칸토 창법이구나’ 하시더라고요. 박자 감각, 발성 방식부터 새로 익히고 있어요.”
연습기간 밤마다 집 근처 4평 남짓한 개인연습실에서 홀로 나머지 공부를 하고 단체 연습이 없는 일요일에 연출과 음악감독, 개인 코치에게 받은 ‘일주일치 노트’를 복습하는 부지런함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무대와 카메라 연기는 확연히 달라요. 뮤지컬은 같은 연기를 매일 반복하는데, 매일 그 감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테크닉이 필요하죠. 2009년 ‘영웅’에서 안중근 역할 맡으며 ‘운영의 묘’가 생긴 것 같아요.”
공연이 시작되면 인터넷 기사 댓글은 물론 뮤지컬 카페 관람평을 보지 않는 것도, 연륜을 쌓으며 얻은 팁이다. “SNS가 활발해지면서 팬 반응을 실시간 보게 되잖아요. 다른 사람 평가에 흔들리는 저를 보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면 결과는 나한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연 시작하면 휴대폰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앱을 다 지워요.”
정성화가 ‘킹키부츠’ 기사 댓글과 관객 반응을 살펴 보는 날은 그러니까, 앞으로 딱 일주일 남았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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