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 FC서울 감독/사진=연합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FC서울이 두 달 만에 확 달라졌다. 황선홍(48) 감독이 부임한 지난 6월 말부터 약 한 달간 만해도 서울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허둥댔다. 최용수(43) 전 감독과 황 감독의 색깔이 '흑'과 '백'처럼 달랐기 때문이다. 7월 한 달간은 회색으로 희석되는 시간이었다. 황 감독의 색깔은 8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산둥 루넝(중국)과 1차전에서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의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앞세워 3-1 낙승을 거뒀다. K리그 클래식을 포함해 6연승째다. 황 감독은 공교롭게도 지난달 31일 펼쳐진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2-0으로 이긴 후부터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둥전은 황 감독이 서울에 부임한 이후 가장 완성도 높았던 경기로 평가 받고 있다. 서울의 주축 공격수인 아드리아노(29)와 데얀(34), 박주영(31)이 모두 골을 넣은 데다, 황 감독의 용병술과 전술도 크게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서형욱(41) MBC 축구해설위원은 "축구에 완벽이라는 말은 붙이기 쉽지 않지만, 서울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보여줬다. 산둥보다 확실히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총평했다.
황 감독이 투톱으로 내세운 데얀과 박주영은 약속이라도 한 듯 슈팅 세례를 퍼부으며 산둥 수비진을 흔들었다. 박주영은 경기 시작 15분 동안 슈팅 3개를 날렸으며 전반 18분에는 데얀에게 날카로운 크로스를 띄웠다. 데얀이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1도움을 기록한 박주영은 전반 30분엔 직접 추가골을 뽑았다. 황 감독은 후반 14분 아드리아노를 그라운드에 내보냈고 아드리아노는 투입된 지 10분 만에 쐐기골을 집어넣었다. 황 감독이 선택한 공격수들은 척척 득점을 해냈다.
전술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황 감독은 최 감독이 고수하던 스리백 대신 자신이 선호하는 포백을 선보였다. 황 감독은 부임 초반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활용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포백에 힘을 실었다. 6연승의 시발점이 된 K리그 포항전에서도 포백을 썼다.
스리백 자원을 갖고 포백 대형으로 전환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3-5-2 포메이션은 양쪽 측면에 윙백 한 명씩이 배치되지만, 황 감독이 선호하는 포백은 양쪽 풀백 앞에 윙어나 측면 미드필더가 한 명씩 더 필요하다. 측면 자원이 선발로 4명, 벤치에도 2명은 있어야 한다. 황 감독은 산둥전에서 포백을 기반으로 한 4-4-2 시스템을 가동했고 이는 탁월한 성과를 냈다.
경기 후 만난 데얀은 아드리아노에게 한 날카로운 도움에 대해 "산둥 수비수들의 능력이 좋기 때문에 창의적인 플레이가 필요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힐킥을 했다"며 "감독님이 자유로운 부분을 많이 허용해주셔서 창의적인 접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서울은 9월 14일 산둥에서 펼쳐지는 2차전에서 1골 차로 져도 ACL 준결승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됐다. 황 감독은 '아데박 트리오'의 활약에 고무적인 표정을 지으면서도 "완벽한 단계는 아니다. 이제 전반전이 끝난 것이다. 2차전을 잘 준비해 준결승에 진출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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