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 발목 잡는 최대 '족쇄'
사고 당시 신분 은폐, 인명 피해 의혹 등 쟁점 다수
이철성(58) 경찰청장 후보자의 23년 전 음주운전 사고 관련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가 경찰 신분을 숨긴 사실, 인명 피해 등 사건 축소은폐 의혹, 사고 발생장소에 대한 의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인사 검증을 한 인물이라는 '괘씸죄'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악재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이 후보자의 음주 사고는 1993년 11월22일 발생했다. 그가 강원경찰청 소속으로 근무하던 시절이다. 그는 상황실장 근무를 마친 뒤 직원들과 점심식사와 반주를 하고 귀가하던 중 경기 남양주 별내면 인근 이면도로에서 물적 피해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9%였다. 면허는 취소됐고 음주운전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100만원 처벌을 받았다.
의혹의 핵심은 이 후보자가 사고를 낸 뒤 경찰관 신분을 어떻게 숨겼느냐는 점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고 당시 부끄러워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며 "그래서 징계받은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경찰 신분을 숨김으로써 음주 사고 징계없이 승진을 거듭할 수 있었다. 경찰청 차장까지 올라가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상당히 큰 사고였음에도 공무원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점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장 경찰 조사 단계부터 사건 축소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도 미스터리로 꼽힌다. 지난 18일 이 후보자가 음주운전을 하며 중앙선 침범사고를 냈다는 것과 피해 차량이 총 2대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사고로 발생한 피해액은 세피아 승용차의 경우 610만5650원, 봉고차는 101만9670원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사고경위에 대해 "음주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차선에서 오던 봉고차의 후면을 들이받은 다음 봉고차를 뒤따라오던 승용차와 부딪혔다"고 밝혔다.
피해 차량이 2대인 점과 피해액, 차량 가격을 따져봤을 때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당시 세피아 가격은 최저등급 모델 650만원, 최고사양 모델이 1100만원 선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610만5650원의 피해액은 상당한 것이다.
이 후보자의 차량도 폐차한 점을 감안하면 피해 차량에 탑승한 사람들 중 부상자가 없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사고 발생지점도 의문이다. 이 후보자의 음주운전에 대한 벌금 약식명령서에는 사고가 경기 미금시 금곡동에서 일어난 것으로 돼 있다. 앞서 이 후보자가 보험사 기록을 근거로 사고 장소라고 밝힌 남양주군 별내면 부근 도로와는 10여㎞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음주운전 적발 후 사고를 낸 것인지 사고 후 운전을 계속하다 단속에 걸린 것인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청문회 테스크포스팀(TF)은 "동일 장소로 추정된다"며 "1989년도에 미금읍이 남양주군에서 분리돼 미금시로 승격됐다가 다시 1995년에 남양주군과 합쳐져 남양주시로 개정됐기에 혼동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 검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 수석이 이 후보자를 인사 검증하는 과정에서 음주 사고를 모를 수 있으냐는 점이다. 우 수석이 고위 공직자 인사를 부실하게 검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우 수석이 이 후보자의 인사 검증 때 사전질문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청와대의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항목을 예로 들며 "사전질문서의 답변만 제대로 검증했더라면 이 후보자의 추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이 후보자는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관련 사실을 질문서에 기록해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 후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민정수석실은 부실검증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내부의 비판적인 목소리나 정치권에서 제기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사고 조사내용 및 인사기록카드 등에 대한 공개가 필요하다"며 "국가의 치안을 책임진 총수로서 신뢰감을 구축하는 데 한동안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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