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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회장-은행장 다시 분리하나

입력
2016.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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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ㆍ이건호 내분 사태 후

윤 회장, 2년 가까이 겸직

“낙하산 타깃 될라” 우려에

다른 카드 꺼낼 가능성도

국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KB금융지주가 조만간 최고경영자(CEO) 분리에 나설 거라는 관측들이 금융계 안팎에서 솔솔 나오고 있다. 지난달 KB금융의 경영승계규정이 확정되면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취임 2년(11월)을 앞두고 행장직을 분리하는 방안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회장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독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24일 KB금융에 정통한 금융계 소식통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 등으로 KB금융의 몸집이 상당히 불어난 데다 최근 경영승계규정이 확정되면서 더 이상 겸직 체계를 끌고 갈 수 없다는 공감대가 KB금융 내외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 이후 줄곧 행장직을 겸직해왔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정면충돌한 뒤 동시에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만큼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윤 회장은 취임 당시 “조직을 최대한 빨리 추스르려면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것이 좋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조직이 안정화되고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기초가 잡히는 적절한 시기에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직간접적으로 회장과 행장 분리를 압박해 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KB금융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지주회사 체제에선 행장직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언급하기도 했다. 취임 1년을 앞두고 행장 분리 요구가 높아지던 작년 10월 윤 회장은 지주사 사장직을 부활시키고, 김옥찬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을 전격 영입했다. 금융권에선 “행장직을 분리하는 대신 사장직을 신설하는 타협 카드를 금융당국에 제시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취임 2년이 가까워오면서 다시 행장 분리에 대한 압박이 점점 거세질 거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CEO의 자격요건과 후보자군 관리, 선임절차 등을 담은 경영승계규정을 확정했고, 현대증권 인수도 마무리 단계에 있는 만큼 더 이상 행장 분리를 거부할 명분도 없어 보인다. 그가 겸직 이유로 “조직 갈등의 골이 깊어 당분간 이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앞으로도 겸직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한다면 “지난 2년 가까이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최근 금융위원장을 만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아무래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장직 신설로 돌파구를 찾은 윤 회장이 이번에도 또 다른 타협안을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행장을 새로 선임할 경우 정권 말기 ‘낙하산’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 회장이 강력한 배수진을 치고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권 안팎에서는 청와대 출신 인사가 국민은행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나돌았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윤 회장이 고비 때마다 강력한 카드를 들고 나왔다”며 “분란을 자초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도 정면 돌파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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