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개월간 ‘옥시싹싹’
이마트서만 7만6000명 구매
접수된 피해자의 19배 달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들이 문제가 된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4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을 판매한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해당 제품을 구매한 고객 정보를 알면서도 이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가습기피해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마트에 의뢰해 드러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명단 공개 직후 불거지고 있다. 이 의원이 지난 2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10월부터 6개월 동안 전국 이마트 144개 지점에서 팔린 ‘옥시싹싹’의 구매자는 모두 7만6,088명이다. 이는 지난 7월까지 정부가 접수 받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4,050명의 19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실제로는 훨씬 많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6개월 간 이마트에서 ‘옥시싹싹’을 구매한 소비자만 이 정도니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한 소비자까지 더해지면 잠재 피해 고객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형 유통매장들이 가습기 살균제 구매 고객에게 이러한 사실의 공지를 미루고 있다는 데 있다. A마트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구매자가 반드시 사용자라고 볼 수는 없다”며 “‘가습기 살균제 구매자는 곧 피해자’라는 게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에서 먼저 구매 사실을 공지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소비자들이 구매 사실을 문의해 온다면 확인은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휴대폰 번호나 이메일 주소 등의 고객 구매 기록은 5년 동안 보관토록 돼 있다. 대형마트에서 가습기살균제 구매 고객들에게 충분히 공지할 수 있는데도 안 하고 있는 셈이다.
B마트 관계자도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선 특별하게 언급할 게 없다”면서도 “고객에게 가습기 살균제 구매 사실을 먼저 알릴 경우 피해 대부분은 보상을 요구해 올 게 뻔한 데 어떤 회사가 그걸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C마트 관계자 역시 “가습기 살균제를 현금으로 샀던 소비자들에겐 구매 사실을 알릴 수 없지만 신용카드로 구매했던 고객들에겐 알릴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 대형마트 3사는 향후에도 고객들이 먼저 문의를 해오기 이전엔 가습기 구매 고객들에게 먼저 공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방모(48)씨는 “이미 판 물건이라도 나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곧바로 구매 고객에게 알려야 하는 게 도리”라며 “일일이 구매 사실을 문의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고객들 속성을 악용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꼬집었다. 이훈 의원측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 같다”며 “29일부터 진행될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분명하게 따져 묻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