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추경은 추경대로” 배수진
내달 제출 본예산과 연계 않기로
여야는 공식접촉 없이 냉각기
국민의당 “추경안 심의하면서
청문회 증인 협상” 거듭 제안
여권이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되는 내년도 본예산에 여야의 대립으로 무산 위기에 놓인 11조원 규모의 올해 추가경정예산 내역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여권이 추경안을 내년 본예산에 포함하는 ‘플랜B’를 갖고 야당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일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4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당정은 다음달 2일 국회에 넘기는 ‘2017년 예산안’에 올해 추경안은 포함하지 않을 방침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내년 본예산에 올해 추경예산을 빼서 넣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본예산은 본예산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심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권 내부에서는 추경안 불발시 내년 본예산에 이를 포함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열린 예산 당정 협의에서 추경 처리가 불발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B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본예산안이 넘어온 뒤에도 추경안이 폐기될 가능성은 없다면서 “추경안은 금년 12월까지는 살아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이 이처럼 배수진을 치는 것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결정한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조선ㆍ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으로 내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청문회에 전ㆍ현직 동료의원 2명을 부른 전례가 없다”며 “정치공세 목적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추경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날도 여야는 장외 공방만 벌일 뿐 지난 22일 이후 3일째 여야 원내대표나 원내수석부대표의 공식 접촉 없이 ‘냉각기’를 보냈다. 급기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가 중재를 요청했다. 지난 12일 정 의장 중재 하에 여야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선(先) 추경, 후(後) 청문회’를 야당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 의장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추경 무산)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중재에 나설 의지를 밝혔다.
특히 야당들은 최 의원과 안 수석의 증인 채택을 거듭 요구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증인 없는 청문회는 피고 없이 재판을 하자는 것”이라며 “증인만 합의되면 밤새 예결위를 해서라도 추경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정부와 새누리당은 추경은 어찌되든 청문회만 막으면 그만이라는 자세”라며 “추경이 불발될 경우에 대비해 책임 떠넘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경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국민의당은 추경안 심의와 청문회 증인협상 재개를 동시에 촉구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청문회 증인 논의와 예결특위를 병행해 진행하면서 나중에 증인 협상을 일괄타결한 뒤 추경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양당을 압박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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