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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시달리는 취준생들 “힐링 스터디로 마음 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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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시달리는 취준생들 “힐링 스터디로 마음 달래요”

입력
2016.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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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카페 통해 삼삼오오 만나

‘효과적인 휴식법’ 고민하고 실행

함께 걷고ㆍ명상 등 스트레스 해소

활동 당일 외에는 연락하지 않고

취업하면 인연 대체로 끊겨 선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년째 초등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손모(26ㆍ여)씨는 지난달부터 온라인 취업카페에서 만난 3명과 ‘휴식 스터디’를 하고 있다. 취업 준비기간이 평균 2년이나 되는 스터디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제대로 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직접 실행한다. 다른 취업준비 스터디처럼 시험 공부나 면접 대비를 하는 대신,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걷기나 보드 타기, 수다 떨기 등을 한다. 손씨는 23일 “장시간 공부에 치이다 보니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잊어버렸다”며 “어떻게 잘 휴식을 취할 수 있느냐를 체득해야 남은 시간을 건강하게 버틸 것 같아 휴식 스터디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구직 문턱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늘면서 ‘힐링 스터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말 그대로 취업 준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효과적인 휴식법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관계 맺기 방식이다.

취업 공부와 면접 준비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취준생들은 자주 좌절감을 느끼지만 시간ㆍ경제적 여유가 없어 제대로 생체리듬을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6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준생 4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4.5%가 ‘취업준비를 하며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우울감을 이겨내는 방법은 ‘혼자만의 여유 갖기(22.2%)’ ‘잠자기(12.1%)’ ‘맛있는 것 먹기(11.9%)’ 등 평범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힐링 스터디에 참여하는 취준생들은 남다른 휴식 방법을 모색한다. 1년 반 넘게 기업 공채에 도전 중인 이모(26)씨는 올해 2월부터 ‘명상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이씨 역시 온라인 취업카페에서 의기투합한 취준생 4명과 매주 3시간씩 정신 건강에 좋다는 명상법을 공부하고 공원이나 한강 둔치 등을 찾아 직접 명상을 하기도 한다. 이씨는 “지방대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취업 준비를 하고 있으나 고민을 나눌 대화 상대가 없어 우울증이 깊어졌다”며 “6개월 동안 정신과 상담을 받아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명상 스터디에 참여했는데 금세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그림 검사 스터디’와 세밀하게 그려진 밑그림에 일일이 색깔을 칠하며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컬러링 북 스터디’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휴식 모임을 주선한 최모(25)씨는 “대다수 힐링 스터디는 활동 당일 외에는 구성원들끼리 긴밀하게 연락하지 않거나 취업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 인연이 대체로 끊긴다는 점에서 동호회 같은 친목 모임과 달리 시간에 쫓기는 취준생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힐링 스터디의 인기에는 오랜 구직 기간으로 인간관계가 헐거워진 청년들이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욕구를 효율적으로 풀고 싶어하는 현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휴식도 스터디를 통해 공부하고 실천해야 하는 대한민국 청년의 슬픈 자화상”이라며 “휴식을 하긴 해야겠는데 익숙한 이들에게는 부담을 주기 싫다는 생각에 낯선 사람과 짧게라도 소통할 수 있는 모임을 꾸려 관계 단절에서 오는 상실감을 채우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느림과 여유의 미덕을 실천하는 소모임의 유행이 청년 실업난에서 비롯된 경쟁사회의 부작용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알게 모르게 취업 만이 지상 목표라고 주입하는 한국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힐링 스터디족들이 많아질수록 정부나 대학,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청년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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