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저를 사랑해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는데 선생님은 좀 다른 것 같아요.”
5학년 아이가 교육복지사에게 한 고백이다. 어린 친구가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았는가?
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돌봐야 한다. 교육복지는 이런 정신에 기반하고 있다. 학교 안도 하나의 사회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이때 교사뿐 아니라 사회복지사가 협력하여 전문적인 케어를 제공해야 아이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취지로 정부는 2003년부터 교육복지사업을 시작했다. 우선 교육·문화적 조건이 열악한 지역을 선정하고 해당학교의 취약아동을 지원하여 많은 성과를 도출하였다. 이제 저소득층 아동을 넘어서서 모든 아이들에게 사회복지를 확대할 시점이다.
그런데 경기도의 사태는 이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교육청은 신규채용된 교육복지사를 내년에는 고용해지하라고 통보했다. 2016년 ‘교육공무직원 인력관리 운영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해고가 속출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신규 채용된 교육복지사 30여명이 해고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해 한 교육복지사는 고양교육지원청 앞에서 60여일 째 농성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교육청은 신규채용을 금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교육지원청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예산으로 학교사회복지사 인력과 학교를 확대하려는 것조차 저지하고 있다.
사실 교육복지의 핵심 주체는 교육복지사들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 정규직은 한명도 없다. 무기계약직이거나 비정규직이다. 특히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은 학교복지사업의 경우 1년 단위로 고용승계 계약을 해야 한다. 이처럼 이들은 저임금과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의 생활과 고용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그동안 이들의 열정과 희생이 없었다면 교육복지가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2015년 경기도 교육복지사들이 모여 '경기교육복지협회'(이하 경교협)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교육복지를 개별 사회복지사나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이것에 기반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경교협과 어떤 대화도 없이 이 문제를 강행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자체의 대응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2003년 과천시를 시작으로 현재 10개의 지자체가 160여개 학교를 지원하게 하는 등 교육복지사업을 선도해 왔다. 이제라도 그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우선 교육복지와 교육복지사의 의미와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12년간 사랑해주는 이가 한 사람도 없다던 아동이 교육복지사의 헌신으로 변화된 사례는 교육복지사의 존재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에도 없는 엄마가 학교에 있어요”라는 한 아동의 고백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은 교육복지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다음으로 도교육청은 학교 현장을 묵묵히 지켜 온 사회복지사들의 모임인 경교협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들의 현실, 고민, 대안 등 모든 것을 놓고 토론하는 광장을 개방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교육복지사들은 물론 시민들의 저항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거듭 한 아이가 잘 크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야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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