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7월 15일 터키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 및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러시아ㆍ이란 등 역내 라이벌 국가와 근접한 터키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바이든 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쿠데타 시도 이후 귈렌에 대한 터키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며 “터키 정부 관료로부터 모든 관련 조치가 법치에 입각해 이뤄질 것이라는 확언을 받았고 미국은 그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시리아에서 진행 중인 대(對) 이슬람국가(IS) 전쟁의 파트너인 시리아 쿠르드 인민수비대(YPG)에 대해서도 “유프라테스 강 밖으로 물러나지 않으면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터키의 입장을 옹호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이에 화답해 “바이든 부통령의 진정성 있는 발언에 터키 정부와 터키인의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법적 증거가 충분히 준비된만큼 귈렌의 조속한 송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바이든 부통령은 귈렌의 송환에 대해 “너무 성급해하지 말라”며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문해 미세한 이견도 드러냈다.
바이든 부통령의 방문은 쿠데타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수장급 인물로서는 첫 터키 방문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더 일찍 오지 못해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쿠데타 시도 후 이뤄진 터키 내의 강도 높은 수사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고 말하는 등 터키측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오후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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