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ㆍ中ㆍ터키ㆍ이란 군사ㆍ경제 협력
시리아 내전 발판으로 ‘야합’ 나서
“4국 동맹이 공유하는 바람은 단 하나, 미국을 망신시키고 중동에서 쫓아버리는 것이다.” 최근 중동지역을 무대로 군사 및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외교 지도를 그려내는 유라시아 4개국에 대해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브렛 스티븐스 논설위원은 ‘신 독재자 클럽(The New dictator’s club)’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렇게 표현했다. 주인공은 러시아ㆍ중국ㆍ이란ㆍ터키. 일제히 권위주의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어 ‘신 독재자 클럽’으로도 불리는 이들 국가가 미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 하에 손을 맞잡고 있다.
러ㆍ중과 터키, 이란은 5년간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를 주 무대 삼아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를 전폭 지원 중인 러시아군은 16~18일 이란 하마단 공군기지를 임시 이용해 반군 지역에 공습을 단행했다. 양국은 역사적으로 결코 동맹이라 할 수 없지만, 지난해 이란이 러시아에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구명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중동 내 미국 견제를 위한 협력에 합의한 후 무기 거래 등을 통해 세밀히 얽혀가는 모양새다. 동시에 터키 또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해 시리아 공습에 힘을 쏟으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통적으로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던 중국도 점차 중동 지역의 동서 패권 다툼에 관여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14일 중국군 대표단은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정부군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은 이와 같이 시리아 정부 측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러시아와 9월 남중국해 합동 군사훈련을 계획하는 등 태평양 지역에서 든든한 보상을 얻고 있다.
4개국은 시리아에서 확보한 외교적 우군을 각자 정권을 수호하는 데 십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자가 터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달 군부 쿠데타 시도 이후 언론사 폐쇄 등 반인권적 진압을 강행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로부터 큰 비난은 면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러시아를 선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정권 지지 발언을 얻어낸 것만 봐도 동맹에서 얻는 권력 안정 효과는 확실시된다.
하지만 이들 정권이 민주주의, 자유와 같은 대의명분 없이 한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을 맺고 있는 만큼 사실상 ‘야합’에 가깝다는 비판이 거세다. WSJ는 4국 동맹을 1940년대 독일ㆍ일본ㆍ이탈리아 3국 동맹에 비교해 “당시 독재자들이 우호 조약을 내세워 여론을 기만해 결국 2차 대전을 일으켰다”며 “각국의 이익 분배를 위한 흥정과 야합이라는 본질에서 두 동맹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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