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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포자’ 심각한데 초등 저학년 수학교과서 더 어려워져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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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포자’ 심각한데 초등 저학년 수학교과서 더 어려워져서야

입력
2016.08.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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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새 학기부터 사용할 초등학교 1ㆍ2학년용 수학교과서가 지금보다 더 어렵고 불친절할 것이라고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이 주장했다. 수학에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공부를 포기하는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로 수학 교육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마당에 초등학교 저학년용 수학교과서마저 어려워진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기 전 선행학습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크다.

사교육걱정의 분석 결과를 보면 내년부터 사용할 초등 1ㆍ2학년 수학교과서는 페이지 분량은 현행 교과서에 비해 30% 이상 줄었으나 교육과정 자체는 6.5%만 줄었다고 한다. 교육과정보다 페이지 분량이 더 많이 감소했으니 내용의 축약과 생략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1학년 1학기 교과서에서 배우던 한 자릿수 덧셈과 뺄셈은 생략하고 2학년 1학기 교과서에서 바로 두 자릿수 덧셈과 뺄셈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숫자 1~5의 개념도 교과서 단 두 쪽에 담았는데 같은 내용을 일본은 교과서 12쪽, 핀란드는 16쪽에 걸쳐 다룬다. ‘연결큐브’ ‘행복랜드’ ‘미션’ ‘우즐카드’ ‘퀴즈네어 막대’ ‘수배열표’처럼 일상에서 쓰지 않는 낯선 용어와 외래어도 교과서에 다수 등장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많고 적음’과 ‘적고 작음’의 차이에 대한 구별도 담고 있다. 이러니 수학교과서를 이해하려면 수학뿐 아니라 국어까지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지난해 10월 편찬기관과 집필진을 정해 초등 1ㆍ2학년 수학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사교육걱정이 살핀 현장검토본은 완성본 발간에 앞서 의견 청취를 위해 만든 시안 형태의 교과서로 제작 기간이 4개월에 불과했다. 아무리 현장검토분이라 해도 지나치게 서둘러 제작했으니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애초부터 높았다.

그렇지 않아도 수학이라면 고개를 젓는 학생이 많다. 당장 사교육걱정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만해도 수포자가 36.5%나 된다. 중ㆍ고교로 올라가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기본 학문인 수학을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학생이 많으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하거늘 도리어 초등 저학년 교과서마저 난해하게 만들었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완성본을 만들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교육부는 현장검토분에 대한 의견을 널리 듣고 완성본에 충실히 반영해 학생들이 더 이상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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