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장관이 24일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양자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후속대책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한일회담은 중일ㆍ한중회담에 비해 외견상 갈등국면이 덜했음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회의장 주변을 감돌았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ㆍ28 위안부 최종합의’에서 제시된 위안부재단 출연금 10억엔(약 112억원)에 대한 지급을 이날 전격적으로 각의 결정한 게 미묘한 파문을 낳았기 때문이다.
회의장 주변에선 일본 측이 10억엔 문제를 행동에 옮김으로써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의 ‘공’을 한국측에 넘기는 압박전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후 2시15분께 도쿄 외무성 한일 외교장관 회담장에 들어선 양측 장관은 북한 문제를 언급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기시다 장관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동아시아 안보환경,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용인할 수 없다”며 “윤 장관과 긴밀히 연계하고자 한다”고 제안했고, 윤 장관은 “북핵 미사일 위협에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축적된 신뢰관계를 토대로 한일관계를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받았다.
두 장관은 위안부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비공개회의에 들어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장관은 회담 후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포함해 한일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했다”며 소녀상 문제를 공개 언급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통상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얘기할 때 여러 요소가 전체적으로 성의있게 이행돼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으며 그런 각도에서 생각하면 된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윤 장관은 10억엔이 재단에 출연되면 직접적인 피해자 지원과 명예회복 사업을 본격화할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은 “소녀상은 양측이 명시적으로 거론할 이유없이 작년 합의문구대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회의장 밖에서도 소녀상 이전에 대한 분위기를 압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각의 후 “한국의 위안부 재단에 대한 출연금 지급이 완료되면 일본측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소녀상 문제해결을 위한 (한국측의)노력을 포함해 계속해서 합의를 이행해달라고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외무성은 위안부 재단 출연금을 통해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에게 약 1,000만엔(약 1억1,200만원), 유족에게 최대 200만엔(약 2,200만원)씩이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내달 초 10억엔을 실제 전달한 이후부터는 외교현안으로서 일본측 이행조치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다. 그러나 윤 장관과 우리 정부가 이날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내반발은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한국내 여론이 문제지만 일본 정치권내에서도 위안부 망언이 돌출할 경우 위안부재단의 명예회복 사업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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