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림의 고수들이 충북 청주에 모여 한판 승부를 가린다.
무대는 9월 2~8일 일주일 동안 청주시 일원에서 펼쳐지는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세계 최초의 무예분야 국제 종합경기대회다. 세계 주요 전통무예를 올림픽처럼 종목별·체급별로 나눠 국가 대항전으로 경기를 치른다. 최초의 무예올림픽인 셈이다.
세계 무예인들의 관심은 무척 뜨겁다. 참여 신청이 물밀 듯 밀려 들어 87개국 2,262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한다.
가장 많은 선수단을 파견하는 나라는 79명이 참가하는 투르크메니스탄. 이어 이란 78명, 말레이시아·인도 각 76명 순이다. 대륙별 참가국 수를 보면 아시아 34개국, 유럽 25개국, 아프리카 18개국, 중남미 7개국, 북미 2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 등이다.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서 열리는 개회식은 올림픽과 똑 같이 선수와 관람객이 하나되는 축제의 장으로 치러진다.
특별공연·식전행사에 이어 선수단 입장, 개회선언, 성화점화 순으로 진행된다. 3막으로 구성된 식후 주제공연에서는 타악공연, 무예시연을 통해 무예로 세계인이 하나되는 화합의 무대를 선보인다. 성화는 개막 전날 청주 상당산성에서 채화된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시종 충북지사가 칠선녀로부터 넘겨받아 성화 주자에게 넘길 예정이다. 마지막 성화 주자는 행사 당일 깜짝 공개된다.
택견부터 크라쉬까지…세계 무예 17개 종목 겨뤄
경기 종목은 모두 17가지다. 검도 기사(騎射) 무에타이 삼보 우슈 유도 주짓수 크라쉬 킥복싱 태권도 택견 합기도 벨트레슬링 용무도 통일무도 등 15개 가 정식 종목. 연무와 기록 등 2개 특별 종목도 치러진다. 금메달 수는 모두 173개.
정식 종목 중에는 태권도 우슈 유도 등 비교적 친숙한 종목도 있는 반면 주짓수 크라쉬 삼보 등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것도 많다.
주짓수는 브라질 전통 격투기와 유도를 결합한 무술이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상대방의 관절을 제압하는 것이 기본 기술이다. 강한 상대를 부드럽게 방어하는 운동이라고 해서 FBI(미연방수사국)이 ‘여성이 남성을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무술’로 인정한다고 한다. 최근엔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익히는 필수 종목으로 알려지면서 ‘실전 최강 무술’이란 별칭이 붙었다.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등 유명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실전에서 주짓수 기술을 종종 선보이곤 한다.
크라쉬는 상의를 잡고 메치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씨름 경기다. 3,000여년 전부터 전래한 크라쉬는 1980년대부터 현대 스포츠에 맞게 체계화했다. 1998년 설립한 국제크라쉬연맹은 현재 산하에 110여개 국의 회원국을 두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이 됐다.
러시아어로 ‘무기없는 호신술’이란 뜻의 삼보는 치고 꺾고 메치는 종합격투기이다. ‘60억분의 1 사나이’로 불리는 에밀리아넨코 효도르가 이 삼보를 기반으로 세계 최강자가 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삼보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삼보는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벨트레슬링은 상대의 벨트를 잡아당겨 매트 위에 쓰러뜨리는 경기다. 우리말로 하면 ‘띠 씨름’이다. 국가별로 경기 규칙이 조심씩 다른데 선수가 옷을 입고 벨트를 착용하는 것은 세계 공통이다. 이 종목은 종주국인 러시아가 가장 강하고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 아시아 국가들이 강세를 띠고 있다.
기사(騎射)는 글자 그대로 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아 과녁에 맞히는 무예다. 이번 대회에서 이 종목은 말을 타고 과녁을 맞추는 ‘단사’‘속사’ ‘연속사’와 3인이 한 팀을 이룬 토너먼트 ‘마사희’, 높은 장대 위에 매달린 목표물을 맞히는 ‘과바크’, 2인이 한 조를 이뤄 공을 맞추는 ‘모두’등 4가지 경기로 나눠 진행한다. 이 종목은 경기장 관계로 유일하게 청주가 아닌 강원 속초(영랑호 화랑도체험단지)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종목은 우슈 크라쉬 삼보 벨트레슬링이다. 각 1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다음으로 용무도와 킥복싱에 12개씩, 무에타이 주짓수에 11개씩의 금메달이 걸렸다.
특별종목으로 치러지는 연무 경기는 일정한 시간에 각국의 무예 기술을 시연하는 일종의 무예 종합예술이다. 브라질의 카포에이라, 베트남의 보비남, 필리핀의 아르니스 팀 등이 출전한다. 또 하나의 특별종목인 기록경기는 무예 종류와 상관없이 낙법과 차기, 격파 능력을 겨루는 경기다.
무예마스터십, 왜 충북인가?
충북도가 무예마스터십을 들고 나온 것은 충북이 무예 문화의 중심지란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유네스코가 전통 무예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세계는 무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가장 먼저 간파한 충북은 1998년 택견의 본고장인 충주에서 국제 규모의 무술축제를 처음 개최했다. 이 무술축제를 지속하면서 세계무술연맹 창립을 주도했다. 세계 40여개 나라가 참여한 세계무술연맹은 충주에 본부를 두고 2002년 설립됐다. 이 단체는 유네스코 공식 협력파트너인 NGO(비정부국제기구)로 자리잡았다. 충주에는 다음달 중 세계 무예산업을 총괄하는 유네스코 산하 국제무예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이렇게 무예 중심지로 떠오른 충북도는 이번 무예마스터십을 통해 세계 무예 문화의 메카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참이다.
이를 위해 대회 기간 세계무술총회와 국제학술세미나를 열어 세계 무예의 미래 발전 방안을 제시키로 했다. 특히 도는 무예마스터십을 주관할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를 청주에서 창립할 예정이다. 각 종목 국제연맹 회장, 무예 종주국의 수반급 인사, 무예 원로 등 30여명으로 꾸릴 WMC는 대회 개최 도시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같은 역할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앞으로 무예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WMC본부가 있는 충북으로 찾아오게 될 것”이라며 “이번 대회를 지구촌의 대화합 잔치로 치러 세계 무예의 허브도시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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